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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

KNACKHEE 2017. 8. 24. 01:30
Her_01
그녀는 종종 공식 연차를 내지 않고 회사에 안 나온다. 그러고는 누가 물으면 연차,라고 하란 지시를 한다. 문제는 이러고 퇴근즈음 회사에 기어 나와 /오, 연차라며 왜 나왔어! 너무 열심히 일하는 거 아냐?/라는 소릴 기어이 들어낸다는 거다. 더 문제는 그때부터 신이 나 회의를 하자고 하고 그놈의 '컨펌'을 해 주겠다고 한다는 거지. 아니 너는 실컷 놀다 지금 나왔지만 나는 아침부터 나와 에너지가 다 한 상태인 걸.

 

 


Her_02
그녀는 내가 무뇌아이길 바란다. 아무것도 판단하지 않고 자기가 시키는 대로만 하고 그렇게 해서 일이 잘못됐을 땐 기꺼이 욕받이가 돼 주길 바란다. 회사 로고가 박힌 시나리오를 외부에서 복사를 해 오라고 했다. 다른 팀한테 들키지 말고 조용히 보고 돌려달란 얘기와 함께 건네받은 것인데. 얼마 전 시나리오 유출로 시끄러웠단 얘길 들은 후라 어쩔 수 없이 복사를 하게 되더라도 어차피 나는 늘 야근이니 모두가 퇴근하면 회사에서 해야지 싶었다. 복사를 해 뒀냐고 묻기에 이러이러한 사정으로 아직 못 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걸 왜 네가 판단해?/라고 했다. 아니 시발, 네가 시키는 대로 복사했다 일이 잘못되면 욕은 내가 먹으니까.

 

 


Her_03
그녀는 자기 시간도 똥으로 알고 남의 시간도 똥으로 안다. 최악은 면접이나 외부 업체 미팅 시간에 30분에서 한 시간씩 늦는다는 거다. 앞 미팅이 딜레이돼서,가 이유인데 어째서인지 미팅만 다녀오면 메이크업이 바뀌어 있고 간혹은 얼굴에 주사 멍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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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소름끼치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한 번은 재직 중에 면접을 보러 왔던 면접자가 갑자기 대표 상을 당해 과제 제출을 못 하게 됐고 이번 지원 자체를 포기해야겠단 연락을 해왔다. 그러자 부모님이 돌아가신 것도 아닌데 왜 그러느냐고 했다. 한 번은 공개 연애 중인 어느 연예인이 큰 병에 걸렸다는 기사를 보더니 /헤어지겠네/라고 했다. 사고의 순서가 엉망진창이다.

 

 


Her_05
그녀는 보편적이지 않은 단어를 너무 많이 쓴다. 특히 여자 연예인들에게 텐프로 같다,는 표현을 많이 한다. 또 식당에 갈 때마다 여기 언니들이 많이 와,라는 식의 언급이 잦다. 그녀 주변에는 자립력 없이 남자에게 몸을 내줌으로써 생활을 영위하는 여자애들이 많다. 여자 영업 사원들이 룸살롱에서 자신이 몸을 팔지 않는 대신 마담뚜 역할을 하는 일이 자주 있다는 말을 뜬금없이 전했다. 알고 싶지 않다, 전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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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오늘은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내가 내 마음을 컨트롤할 수 없어서 Her를 제목으로 일기를 써야지 했는데 우리 애들의 앨범 발매 공지가 떴고 앨범 타이틀은 'Her'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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