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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OG

안녕, 어여쁜 Y

KNACKHEE 2018. 4. 19.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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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여쁜 Y님. 내내 여어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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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본인들 삶에만 집중했면 좋겠다. 남의 삶을 애써 찾아 훔쳐 보며 스트레스 받지 말고. 그리고 타인의 타임라인을 그렇게나 불안할 거면 애초에, 잘해줄 것까지도 없고 그저 인간적으로만 대해주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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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말했다. /일단 네가 그 회사에 간 뒤로 마음이 병든 건 알겠어./ 조닭의 수하에 있으면서 입은 내상, 희망에 어긋났던 조닭의 복귀, 그 후 회사가 우릴 다룬 방식에 대한 분노와 울분이 쌓이고 쌓여 나는 이전과 아주 다른 내가 됐다. 한때는 모든 걸 딛고 단단한 지반 위에 섰다고 착각하기도 했다. 정정하겠다. 나는 아직도 그 일들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병들어 있다. 작은 일에도 날이 서고 너무너무 화가 나서 심장이 아프도록 뛴다. 요플레를 먹다가도 문득 그만 살고 싶다고 생각한다. 자주, 나를 분노하게 한 것들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버리는 상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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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온오프라인에서 보인 웃음과 다정함(혹은 질척임)이 꾸며낸 것은 아니다. 그 마음은 그것들대로 진심이다. 여전히 아름다움을 느끼면 감탄하고 사랑스러운 사람들을 만나면 손을 맞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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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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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여 전부터 내밀한 감정 묘사가 잘 된 책을 읽고 싶었다, 막연히. 동기들에게 묻기도 하고 내 책장을 뒤적이기도 했지만 도무지 마음에 감기는 게 없었다. 어떤 감정을 보고 싶은 건지 몰랐던 탓이다. 그러다 뜻밖에 이 책을 만났다. 세 개의 이야기 읽기를 마치고 깨달았다. 나는 수치羞恥를 읽고 싶었구나. 자연스러운 마음이지만 입밖으로 내뱉는 순간 얼굴이 새빨개질 그런 것들. 3학년때인가 들었던 소설 창작 시간에 교수는 착하기만 한 마음으로는 좋은 글을 쓸 수 없다는 뉘앙스의 말을 했다.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이 책을 읽으면서 어렴풋이 알 것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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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림없이 내가 알고 있는 표정이었다. 불현듯, 나는 그것이 언젠가 안나의 방 거울 속에서 보았던 나의 얼굴을 닮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안나의 DESIRE 17호를 바른 채, 거울 속의 나를 바라보던 일그러진 내 얼굴. 그러자 갑자기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언제나 초연한듯 보였던 제이. 그제야 나는 우리가 여전히 같은 자리에 있음을 깨달았다.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던 그때처럼. 문득 나도 내일 자전거 체인을 하나 사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략) 곧 세 개의 자물쇠가 채워질 자전거를 상상하자 자꾸만 웃음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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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린 소설집 <<폴링 인 폴>> <자전거 도둑> 中



*180417


IN A PEACE, 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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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정품 사용 이슈가 있었고 나는 수시로 쓰는 건 아니니 임시 프로그램을 쓰는 걸로 수요 조사를 하는 대리랑 얘기가 끝났다. 그런데 며칠 후에 그쪽 팀 실장이 와서 같은 걸 묻길래 내부에서 다 정품을 쓰는 쪽으로 얘기가 다시 됐는 줄 알고 해당 프로그램을 쓴다고 말했다. 대리가 잔뜩 화가 난 얼굴로 달려와서 왜 직급에 따라 말이 달라지냐고 사무실이 쩌렁쩌렁 울리게 따졌다. 나는 당신이랑 이렇게 정리가 됐던 게 맞고 다만 같은 부서 사람이 임시 얘기 없이 같은 걸 물으니 내부에서 다른 얘기가 있었던 건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미 화가 나서 나를 평가절하하고 있는 상태의 대리는 내 말은 1도 들을 생각도 하지 않고 어쩜 그렇게 이기적이냐고 네 돈 아니고 회사 돈이니까 그렇게 쉽게 말한 거 아니냐고 했다. 또 온 사무실이 쩌렁쩌렁 울리게. 아니 자기 부서에서 소통 제대로 못 해서 벌어진 일을 왜 나한테 달려와 따지면서 공개적으로 나를 멍청하고 이기적인 데다 교활하기까지 한 사람을 만들지? 그리고 상대가 좀만 덜 감정적이었다면 서로 이렇게까지 감정이 상할 일도 아니었다.

너 왜 실장님한테 그렇게 말했어? / 아 저는 이미 정리된 걸 또 물어보시길래 내부에서 내용이 바뀐 줄 알았어요, 그냥 다 정품 쓰는 걸로 / 야 그게 돈이 얼만데 그랬겠냐. 아니야, 너 그냥 임시 써 / 아, 그래여. 저는 상관 없어여

이 정도로 끝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 사람은 자기가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사람/이 된 게 너무너무 화가 났던 거다. 후. 아니 사실이잖아. 자꾸 이러면 제안서 그림판으로 만든다. 하. 진짜. 원래도 마음이 떠 있었지만 이 일로 확실히 여길 그만둬야겠다고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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