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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KNACKHEE 2023. 4. 15. 22:05

<Dialogue>
<Relatum-The Kiss>
<Relatum-Dialogue>

이우환 작가님의 작품은 내 능력으로는 풀 수 없는 응용문제들 같았는데 자주 만나다 보니 이제야 조금, 내 멋대로 읽어볼 수 있게 됐다.
<Relatum-The Kiss>(2023)와 <Relatum-Dialogue>는 돌과 바닥의 벤 다이어그램 때문인지 같은 맥락으로 읽혔다.
<Relatum-The Kiss>는 각자의 영역 안에 견고히 머물면서 서로에게 발견한 아주 약간의 교집합에 안심하며 입술을 맞댄 상황이 그려졌다. 이 작품만 있던 전시 공간에서는 사위가 아주 조용해진 순간이 있었는데 그 찰나의 적막이 정말 좋았다.
<Relatum-Dialogue>에서는 돌들이 자신의 경계에 걸친 채로 교집합은 꽤나 확고한 형태의 교집합을 이루고 있었다. 나의 세계 밖으로 밀려나며 스스로를 잃어가고 있는 상태에서의 교집합은 무슨 의미가 있겠어.
<Dialogue>(2023)는 꼭 전화를 받는 사람처럼 보였다. 늦은 밤, 나직하고 조금은 잠긴 목소리로 "여보세요. 응, 응-" 하고 핸드폰 너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이런 장면을 떠올릴 때면 어김없이 영화 <조금만 더 가까이>의 첫 번째 에피소드가 머릿속에서 재생된다. 이번에도 이변 없이.
작가님의 작품 하나하나는 '무한'의 메타포라고 했다. 무한과 무한의 대화는 어디를 향해 나아갈지 궁금했다. 무엇보다, 눈앞에 놓인 것들이 2023년의 신작들이라는 게 경이로웠다.

칼더의 전시는 작품을 하나씩 들여다보고 시야를 넓혀 전체적으로 훑으니 시규어 로스의 음악이 머릿속에서 재생됐다.

페터 바이벨의 전시는 신기함의 연속이었고,

기대했던 페로탕의 전시는 음. 그리고 한국에 지사를 이왕에 낸 거면, 설명 자료 등을 제대로 써줄 한국 스태프를 구인하는 게 어떨지.

사실 오늘은 이사일이었고, 지난 이사들에서 내가 딱히 한 역할은 없었어서 밖으로 나돌았는데 엄마랑 이걸로 또 한바탕했다. 그런데 뭐, 어쩔 수 없지. 나는 이미 일정을 잡았고, 아무리 생각해도 내 일은 이삿짐이 모두 옮겨진 후에 있는 것 같으니까. 그리고 이삿짐을 싸느라 추억여행을 많이 했는데, 그동안 썼던 핸드폰과 MP3의 역사와 대학 때 한 MBTI 검사에서도 인프피였다다는 걸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