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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OG

7호선 여행

KNACKHEE 2023. 8. 12. 19:10

 

 

집에서 북서울미술관에 가려면 7호선만 리터럴리 1시간 반을 타야 하고 도어 두 도어로 따지면 2시간이 넘게 걸린다. 그럼에도, 순이지 작가님의 작품을 보고 싶어서 S와 함께 7호선 여행을 감행했다. 정말이지, 탁월한 선택이었다.


<슈가 캔디 마운틴 #8>은 이 그림 하나만 한 시간 동안 뜯어 먹을 수도 있을 것 같은 즐거움이었다. 세상을 허투루 보지 않는 성실한 시선. 문제를 문제로만 두지 않고 자신의 재능을 더해 다 같이 생각해보자고 말하는 연대의 제안. 하지만 자칫하면 생각을 시작하기도 전에 문제의 무게에 눌려버릴까 대중문화의 아이콘들을 활용해 위트를 한가득 더하는 영리함. 그래서 작품을 보며 낄낄대다가도 문득 새어나오곤 했던 작은 한숨. 순이지 작가님이 보여줄 앞으로의 궤적을 열심히 따라가보고 싶어졌다.
함께 전시되었던 김훈규 작가님의 3차원에 가까운 시공간의 놀라운 화면 구성도, 탈라 마다니 작가님과 웡핑 작가님의 폐부를 찌르는 불편함도 흥미로웠고.


전시 서문에 있던, 참여 작가 중 한 명인 탈라 마다니 작가님의 코멘트가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아름다움으로 현실을 약화시키거나 고통을 경감시킬 모르핀 같은 예술이 아닌, 의식 변화와 새로운 아이디어를 촉발시키는 예술을 필요로 한다." 새로운 관점은 아니지만 클리셰는 언제나 힘이 세지.
함께 간 S는 이런 소감을 남겼다. "예술가들은 우리가 그냥 모른 체 지나치고 싶어 하는 걸 굳이 한 번 더 꺼내서 보여주는 사람들인 것 같아요." 뾰족한 시각을 지닌 귀여운 S와의 전시 관람은 늘 즐겁다.


아, 그리고 도서관에 있던 Alloso의 1인용 영감의 소파가 정말, 정말 근사했다. 어떻게 하면 내 방에 이걸 들일 수 있을지 한참을 진지하게 고민했을 정도로 아늑하고 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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