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 Bossanova,
쨍쨍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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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역. 대학 다닐 때 졸다가 동인천에서 내리지 못하고 종착역인 인천역까지 갔던 것을 제외하면 이번이 첫 방문이다. 사실 그마저도 수인선으로 환승하기 위한 경유지에 불과했지만.
동네. 오르막길. 영진분식과 백숙이 있고 옆으로 빠지는 모양새로 쭉 걸어들어가면 칼국수집이 있다. 계속 가면 등산로 입구를 만나 또 다른 오르막길을 오를 수 있다.
또 쨍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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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바람직하지 않은 방법임을 알면서도 누군가에겐 어쩔 수 없이 그 방법이 필요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이 얘길 엄마한테 했더니 그 누구도 잘못된 방법을 강요받을 수 없다고 바로잡아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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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에 B랑 통화를 했다, 오래. 그녀는 자신의 대학 시절 노트를 펼쳐 그 시절의 우리가 얼마나 좋은 공부를, 얼마나 의미 있는 질문들을 받고 고민했었는지를 이야기했다. 그녀의 노트엔 문학의 역할이 존재의 본질과 숨겨져 있어서 아무도 보지 못한 사회의 이면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결론을 내 주는 건 문학의 역할이 아니라고 적혀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도 문학에서 어떠한 답을 찾고 교훈적인 결론을 얻으려는 것이 아니라 내게 던지고 있는 질문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질문을 필두로 또 다른 질문을 던지는 글을 써야 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 이런 교훈을 얻었어요, 하는 일차원적인 글쓰기가 아니라. 누군가는 전혀 실용적이지도 않고 뜬구름 잡는 쓸데없는 것을 배웠다고 매도할지 모르지만, 나는 우리가 정말 좋은 공부를 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네, 우리 진짜 좋은 공부했었네. 나는 B에게, 그런 본질적인 것들으르 고민해도 생계를 고민하지 않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런 고민들이 만들어가는 세상은 지금보단 조금 더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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