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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OG

유레루

KNACKHEE 2016. 12. 13.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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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클라이언트사 회장님의 사모님과 미팅이 있어서 도곡동 타워팰리스에 갔다. 디자이너님과 나는 첫 타워팰리스 방문에 들떠 있었다. 사모님은 정이 많고 수다스럽고 자신의 내조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분이셨다. 그녀는 끊임없이 세종대왕에서 이승만으로 이어지는 이씨 가문에 대해 자랑했고 남편의 회사에 처음 노조가 생겼을 때 자신이 그걸 어떻게 막아냈는지 자랑스레 이야기했다. 집안은 온통 자신들의 업적을 기리는 기념비와 사진들로 가득했는데 심지어 얼마 전에 홀인원 한 것을 기념해 만들어 놓은 상패도 있었다. 그곳을 나오며 돈이 아무리 많아도 이런 집에서는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귀신스럽고 공간 자체로 시끄러운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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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과의 거래가 끝났다. 정확히는 그 중간에 끼어 있으면서 중간자 역할을 뭣같이 했던 KM**와의 거래가 끝난 거다. 1년 연장 계약서를 써놓고 도장을 찍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걸 쓰고 3개월 만에 계약 해지 통보를 해왔다. 퀄리티 운운하며. 자기들 뒷돈 받아먹던 데랑 다시 하려는 거 모를 줄 아나. 심지어 아무리 자기네가 갑이라지만 한 회사의 대표에게 오전에 전화해 당일 오후에 자기들 사무실로 오라고 하다니. 예의도 없고 염치도 없고 양심도 없다. 제일 화가 나는 건, 중간자 역할을 담당했던 PYJ가 자기 잘못을 모두 우리에게 뒤집어 씌웠을 것이라는 거고, 기껏 해놓은 리뉴얼을 그대로 써먹을 거란 거다. 특히 PYJ는 생각만 해도 치가 떨린다. 맨날 다 얘기 해놓고 다음 날 딴소리하는 건 기본이고 인터뷰 시에 전달 사항을 하나도 전달해 놓지 않아 현장에서 당황하게 하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사진 작가님들도 그렇게 느꼈으니 이건 나만의 생각이 아니다. 그리고 어쨌거나 계약을 해지할 거면 적어도 한 달 전에는 말을 해 줘야 하는 게 아닌가. 자기들은 알고 있었을 거면서. 이미 마감할 때부터 알고 있었을 거면서. 정말 얄밉게도 책이 나오고 다음 날 바로 이런 짓을 했다는 거다. 우리가 마감 개판으로 해줄까봐서? 우리는 너네랑 다른데. 위선자들. 특히 위선자 PYJ. 그래놓고 까똑 프사랑 상메에는 말씀을 적어놓은 걸 보고 있자면 내가 다 수치스럽다. 자기는 자기가 너무 의롭겠지. 위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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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의미로. 나는 늘 흔들리고 그렇기에 늘 중심에 대해 생각할 수밖에 없다. 크리스마스 카드에 대해 계속 생각하다 오늘에야 떠오른 마음으로 물감을 짰다. 여러 색의 붓자국을 찍고 중심에 희망을 놓았다. 겉면이 마르길 기다렸다가 뒷면에 이렇게 적었다.

 

/삶은 비슷한 일상으로 가득합니다. 일상을 가장한 가시밭도 있고 기록으로 남기고 싶을 만큼 특별한 날들도 종종 있습니다. 무엇이 됐든 그 중심을 지탱하는 건 희망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겉면에 성탄 인사를 굳이 적을까 하다가 이내 그만둔 것은 성탄이 희망의 역사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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