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 Bossanova,
20200207-08_샤인 본문
20200207
퇴근 후에 저자 미팅이 있었다. 나는 항상 말이 어려운 편이라 사람을 만나는 게 즐거우면서도 어렵다. 오늘도 역시나 아무 말이나 해댔고 조금 한숨이 나왔다. 그래도 지난여름 같았으면 내내 곱씹으면서 괴로워했을 텐데 오늘은 하. 망했네, 싶은 정도로 그쳤다. 내일이 되면 또 어떨지 모르지만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회사가 제안하는 방향과 저자가 쓰고 싶은 방향이 너무 달라서 별 소득은 없었다. 그런데 사실 저자가 쓰고 싶은 방향은 내가 제안하고 싶었던 방향이기도 해서 질척여보고 싶지만 회사가 놉, 이라고 하겠지. 아래는 기억하고 싶은 상대의 말들.
"그냥 좋으면 좋은 건데, 내 몫을 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스스로한테까지 좋아하는 것을 허락받아야 하는 삶을 살았다. 그러다 문득 내가 왜 나랑 힘을 빼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젠 좋으면 그냥 좋다."
"모든 일은 퍼스널하다. 내 시간, 삶의 일부를 쓰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일이 나에게 갖는 의미가 중요하다. 회사에 갖는 의미 말고."
"모든 건 선택의 문제다. 나한테 나쁜 영향력을 받아들일지 말지까지도."
"무엇을 하든 세상에 빚을 갚는 좋은 일, 나에게 절실한 것을 하고 싶다."
그런데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건, 이 분은 거쳐온 직업도 그렇고 타인의 목소리를 대변해주는 포지션에 자주 서 있는 듯해 타인을 향해 계신 분 같다고 했더니 잠시 생각하고는 음,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다,고 하셨다. 돌아가는 길에 오늘의 장면들을 곱씹으니, 그분이 '세상에 빚을 갚는' 큰 테두리 안에서 타인을 통해 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자신의 이야기'이기에 수긍하실 수 없는 말이었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정리해 꺼내놓을 다음 생각이 궁금한 분을 만났다.
_
/"오늘이나 내일 어느 도시에 가서, 일 년 동안 거기에서 지내며 장사하여 돈을 벌겠다." 하는 사람들이여, 들으십시오. 여러분은 내일 일을 알지 못합니다. 여러분의 생명이 무엇입니까? 여러분은 잠깐 나타났다 사라져버리는 안개에 지나지 않습니다. 도리어 여러분은 이렇게 말해야 할 것입니다. "주님께서 원하시면, 우리가 살 것이고, 또 이런 일이나 저런 일을 할 것이다." 그런데 여러분은 지금 우쭐대면서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와 같은 자랑은 다 악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사람이 해야 할 선한 일이 무엇인지 알면서도 하지 않으면, 그것은 그에게 죄가 됩니다." _ 야고보서 04장 13절-17절(RNKSV)/
> 사람이 해야 할 선한 일은 자기 인생의 주도권을 그분께 드리는 것이고, 그 어떠한 것도 자신의 영광으로 취해 우쭐대지 않는 것이다. 인생이 제 것인 줄 알고, 모든 것이 나의 자랑이라면 그것은 악한 것이고 죄이기도 하다.
20200208




일어나니까 오른쪽 새끼 손가락이 뻐근했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만져보니 한 달 전에 주사기로 빼낸 결절종이 다시 생기기 시작한 듯했다. 녹록지 않네.
_
교대역에서 내려 지하철을 타러 가는데 기분이 무척 안 좋았다. 강남 땅은 밟을 때마다 기분이 정말 별로다. 이쪽으로 회사 어떻게 다녔나 몰라, 그것도 2년이나.
_
Y언니, P와 함께하는 시간은 즐거웠지만 P 역시 곧 유부의 세계에 편입될 예정이라 나는 내내 마음이 가라앉았다. 다들 나와 다른 세상으로 가버리면, 나는 어떻게 해? 별개로, Y언니의 곧 1만 구독자 돌파를 축하하는 케이크는 편의점에서 업어온 것 이상의 맛이었고, P의 D는 정말 너무 치명적이었다.


마스크를 쓰고 열감지기를 통과해 손바닥에 덜어진 소독약과 함께 콘서트장에 입장했다. 내 자리는 2층이었는데 잠실 3층이 떠오르며 정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고, 시작 거의 직전에 들어가긴 했지만 입구가 아주 조용하고 번잡하지 않았다. 신곡이라며 들려준 클로저랑 인피니트가 성규 없이 냈던 곡을 빼고는 무대에서 부르는 곡의 가사를 다 알고 있어서 스스로 놀랐다. 꼭 추억의 무대를 보는 느낌이었다. 이를테면 7080 열린음악회를 보는 윗세대가 이런 기분일까 싶었던 거지. 앵콜 공연이기도 했지만 이 친구에 대한 마음이 최선이 아니라서, 그러니까 지금의 본진이 아니라서 더 그랬겠지.
'사랑받고 싶나 봐요'라며 민망한듯 웃던 얼굴이 계속 기억에 남았다. 사랑을 받는 크기만큼 그것이 사라질 것에 대한 불안의 크기도 커질 것에 대해 생각했다. 사랑받을 준비에 대해서도. 그리고 어떤 분수, 같은 것에 대해서도. 판단하고 평가하려는 게 아니고, 똑같이 노력하고 똑같이 사랑받고 싶은데 가질 수 있는 것의 범주가 다른 건 인간은 알지 못하는 어떤 분수나 그릇의 문제인 걸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또 여럿 안에서 혼자의 무대도 꾸릴 수 있는 것과 혼자 해내야만 하는 건 정말 다르고 외롭겠구나 싶기도 했다. 거의 3시간 가까이 혼자 무대를 채울 자기 노래, 가 있다는 건 참 멋지고 행운과도 같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분홍색 하트 풍선에 핸드폰 후레시를 비춘 팬 이벤트는 빛나는 복숭아 젤리 같아 보여서 정말 예뻤다. 그런데 무대를 할 때 뒤에 띄워주는 영상이 정말 구렸고 자본과 기술의 차이가 이렇게 드러나는 건가 싶었다. 어쨌든, 다음 공연을 하면 나는 또 가려고 애를 쓸 테다.
_
한 번도 큰 프로젝트에 참여해본 적이, 크게 인정받아본 적이 없어서 자꾸 이렇게 조바심이 나고 뭔가를 더 해야 한다는 마음이 드는 걸까. 모든 영역에서 어설퍼서 답답하기만 하다.
'DAILY LOG'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00210-16_EARLY, HAPPY J-HOPE DAY (0) | 2020.02.16 |
---|---|
나의 산타 (0) | 2020.02.09 |
20200203-06_당첨을 축하드립니다. (0) | 2020.02.06 |
20200201-02_완벽한 대칭의 날 (0) | 2020.02.02 |
20200130-31_마지막 날 (0) | 2020.01.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