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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된 마음

KNACKHEE 2021. 5. 2. 19:41

RM. 이 글자가 뭐라고 보기만 해도 이미 좋냐. 덕질의 불가항력은 이런 건가 싶다. 일단 한번 보자, 가 아니라 자 이번에도 좋아해볼까,로 시작하는 거. 언제든 준비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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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꽤, 엄마가 고관여하는 인생을 살았다. 인정받고 싶고, 기대를 충족하고 싶기도 해서 내가 자처한 부분도 있을 테고. 대학 때까지만 해도 엄마와 관계가 나쁘지 않았다. 하굣길에는 대체로 일하는 엄마에게 전화해 수다를 떨었다. 그랬던 엄마와 서먹해진 건 2017년에 엄마라는 존재에 내 인생을 의지할 수 없다는 것을 조금 좋지 않은 방식으로 깨달았던 탓인 것 같다. 그렇게 관여해놓고 정작 내가 이렇게 방향을 잃었을 때는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그럼 왜 그렇게 개입했지? 이런 식으로 혼자 배신감을 느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사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아왔으면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가다가 방향을 잃은 거였으면서. 내가 판 무덤이 속상해 핑곗거리를 찾은 것일 수도. 지금은 그런 감정도 많이 희석됐지만 이미 무뚝뚝해져버린 태도를 이전처럼 되돌리기에는 너무 뻘쭘해서 그냥 마음 불편한 채로 지내고 있다. 못나도 이렇게 못날 수가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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