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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OG

나 이제 하고 싶은 게 없어

KNACKHEE 2021. 10. 16. 23:54

 

회사가 여기서 끝날 수도 있고 나는 아무 대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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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한테 신세 좀 지면 되지, 가 불가능한 사람도 있다는 걸, 다음 달의 나를 내가 책임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이해도 못 하면서 왜 그렇게 쉽게 말하는 거지. 그리고 단 한 번도 이직과 적응이 쉬웠던 적은 없다. 내가 해온 것들에 대해 쉽게 말하는 거 이제 안 들어주고 싶다. 여기까지도 짜증이 났는데, 빨리 일을 다시 찾지 않으면 신용불량자가 될 거란 말에 나도 돈이 없어, 라고 받아치는 데에서 그냥 정이 뚝 떨어져버렸다. 너한테 그런 얘기 들으려고 전화한 거 아니라는 말로 전화를 끊고, 가만 침대에 앉아 있는데 감정이 가라앉지 않았다. 그래서 한 번도 너한테 돈을 빌릴 생각 같은 건 해본 적이 없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번호를 지웠다. 사실 언제든 내가 놓으면 끝날 관계라고 생각했던 사람이기도 했다. 안 할래, 나도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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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로 나가서 큰 일을 하고 싶어 하는 C를 붙잡아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C는 내게 꿈이 뭐냐고 물었고 나는 대답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관련된 건 이젠 모르겠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내가 편입할 수 있는 세계일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 정말 그사세. 베이스도 없고. 간신히 쥐어짜서 학교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런데 말하면서도 좀 웃겼고. 중학교 때 꾸던 꿈을 주워와서 말하는 삼십 대라니. 꿈을 꾸려면 계속해서 무언가를 더 해야 하는데, 나는 이제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다. 하고 싶은 건 없고 부러워하는 것만 많은 멍청이가 돼버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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