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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OG

마지막 날의 하늘

KNACKHEE 2021. 10. 18. 18:20

올초에 시작한 나의 시도가 끝나는 날이라서, 장례식룩을 하고 회사에 갔다.

벽에 창을 낸 게 인상적이었던 바톤 갤러리 부스

바톤 갤러리에서 만나고 여기서 다시 만나서 반가웠던 올해의 아름다움, 빈우혁 작가님.

김시종, <Still Life>, Digital Photo Collage, 162.2x126.3cm Ed. (1/3), 2021

무나씨 작가님이 생각났던 작품. 작은 작품이 여럿 있었고 대부분 팔린 상태라 어떤 작가인지 찾아보려고 찍어뒀다.

Friedrich Kunath, <I Need to Sleep (Hammock)>, Oil on canvas, 182.9x121.9x3.8cm, 2021
Jenny Holzer, <Splayed 0003242, 2015-20>, 24k gold, Caplain gold and champagne gold leaf and oil on linen, 147.3x111.8x3.8cm

국갤에서 만났어서 반가웠던 제니 홀저 작가님의 작품.

Re-Hyun Park, <Time and People>, copperiate print on paper, 58.5x35cm, 1972
Re-Hyun Park, <Journey (A Diary), copperiate print on paper, 28x19.5cm, 1970s

존경해 마지않는 박래현 작가님

Yunzo Paek, <WALK>, Oil on canvas, 130.3x162.2, 2021
서세옥, <기다리는 사람들>, Ink on mulberry paper, 60x94cm, early 1980s

나의 평안, 서세옥 작가님.

마티 브라운MATTI BRAUN, <무제Untitled>, Silk, dye, powder-coated aluminum, 130x100cm, 2021

어제의 키아프. 생애 첫 키아프이기도 했다. 가기 전부터 꽤나 스트레스를 받았다. 가서 그냥 전시 보듯 보고 오면 안 되는데, 하는 마음에. 다른 건 몰라도, 교수님께서 언급해주신 부분들만큼은 계속 염두에 두자고 되새김질했다.

1. 서울에 브런치를 두지 않은 해외 갤러리들의 참여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2. 블루칩 작가와 신진 작가의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

1은 페어의 국제 미술시장에서의 인지도를, 2는 시장 활성화 정도를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렇지만 아직 풍월을 읊을 수준도 못 되는 서당개라서. 교수님의 부스에 인사를 드리러 찾아가서도 많이 봤냐는 물음에 많이는 봤는데 잘 보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다고 우는 소리를 했다.
다음날 수업 시간에 지목을 받아서 하는 수 없이 "그냥 보기만 하고 오면 안 되니까 가기 전부터 엄청 긴장해서 열심히 보긴 했는데, 제대로 본 건지는 모르겠지만, ..."으로 운을 떼는 얘길 시작했다. 교수님께서는 내 횡설수설 중에서 "어떤 80년대생 작가의 작품이 마음에 들어서 찾아보니 팔로워가 1000명 정도이더라고요. 그런데 이미 작품이 팔려서 인지도가 구매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아닐 수도 있구나, 싶었어요." 부분을 짚어주셨다. 미술이 아닌 다른 필드에 있는 사람들이 보는 요즘 보편의 시각이 드러나는 부분이라며.
과거에는 미술관 전시 등이 인지도나 가격에 영향을 주는 요소였다면, 지금처럼 초보 컬렉터의 유입이 많은 시기에는 SNS 팔로워 수가 인지도와 동일하게 읽히기도 한다고. 특히 '누구의 집에 있는 작품이래, 누가 산 작가래'와 같은 대중적 인지도와 더불어 '정보'적인 요소, 그러니까 인터넷에 더 많은 정보와 이야깃거리가 존재하는지의 여부가 시장에 영향을 크게 미치고 있는 듯하다는 부분이 새삼 흥미로웠다. 이것이 현재 미술시장의 호황에 '과도기'라는 수식이 붙는 이유 중 하나일 테다.
여느 때처럼 구구절절했는데 요는, '잘 모른다'는 부끄러움을 감수하고 이해한 만큼이라도 꺼내 놓으면 뜻밖의 확장,을 마주할 수도 있다는 것 정도.
내년 프리즈의 영향인지 운송 비용을 감수하고 이번 키아프에 참여한 해외 갤러리의 비중은 늘어난 듯했고,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많이 보이긴 했지만 내가 작가들을 잘 몰라서 그들이 블루칩 작가인지 정말 루키인지는 판단을 할 수가 없었다. 진짜 딱 아는 만큼만 보이지 뭐.
그리고 찐으로 작품 사려고 간 거였으면 더 적극적이고 재미있게 봤을 것 같단 생각도 들었다.
가기 전에 유튜브로 현장에서 진행된 토크 프로그램도 몇 개 챙겨봤는데, 서진석 교수님의 스피치 내용이 무척 흥미로웠다. 특히 예술의 발현이 단순 '작품'이 아니라 '작가, 대중, 기계'로 확장되는 부분이. 요즘 좀 파보고 있는 하워드 베커의 예술계 이론과 결이 비슷해서 더 집중해서 들었던 것 같다. 아는 만큼만 보이고 관심 있는 만큼만 들리고. 큰일이네.
아, 키아프 홈페이지에서 Peres Projects 부스에 Donna Huanca의 작품이 있다는 걸 보고 꼭 가야지, 했는데 당일에 이래저래 심란해 정신 일부를 놓고 있다가 홀라당 까먹어 버렸다. 3년 전에 벨베데레에서 한 개인전을 봤어서 괜히 반가운 마음에 다시 한 번 만나고 싶었는데. 아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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