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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ACKHEE 2021. 11. 26. 14:43

목표는 취소표였다. 목요일 오후에 신청해놓은 프로그램 때문에 국현미에 가야 했기에 이왕이면 같은 날로 잡고 싶었다. 알람까지 맞춰놓고 취소표를 잡고 나서 보니 금요일. 그렇담 어쩌겠어. 이틀 연속 가는 수밖에. 국현미 특별전도 그렇고 리움도 그렇고, 미술관 티켓팅도 실패하는데 애들 콘서트는 어떻게 가지 싶어 늘 상심이 두 배다.
특별전 공간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백남순 작가님의 작품은 이 전시를 문자 그대로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였다. '작가의 유일한 현존작'이라는 문구에 괜히 작품을 더 요리조리 살펴보게 됐다. 장욱진 작가님의 작품과 박상옥 작가님의 작품이 나란히 놓인 걸 보고는 아니 박 작가님 성덕이잖아, 하고 생각했다. 그의 <유동>은 장욱진 작가의 <공기놀이>와 유사한 구성이며, 실제로 <공기놀이>를 좋아해 오래 소장했다고 한다. 이걸 컬렉션의 관점으로 접근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애호가의 컬렉션 말고 작가의 컬렉션을 연구해봐도 흥미롭겠네, 싶었다. 잠시 동경과 애호와 질투의 경계를 가늠해보기도 했다. 그 셋은 숨기기 기능이 가능한 레이어들처럼 느껴졌다.
애정해 마지않는 박래현 작가님의 초기작을 만날 수 있어서 반가웠고 문신 작가님은 조각가로만 알고 있었는데 회화 작품을 만나 뜻밖이었다. 색감 취저. 김중현 작가님의 <농악>에는 아쿠아 블루 느낌의 바탕색이 사용됐고, 개인적으로 '농악'이라는 소재를 떠올렸을 때 단번에 매치되는 색상이 아니어서 인상적이었다. 농악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과도 같은 색이었다. 내리는 비에 흠뻑 젖으면서도 신명이 난 것처럼 보이기도 했고.
컬렉터의 소장전을 본 건 처음이었다. 누군가가 평생에 걸쳐 향유와 투자의 목적으로 사들인 작품만으로 전시가 기획될 수 있다는 게 좀 부러웠다. 미술품에 대한 관심이 리움 외에 사업적 영역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궁금했고. 아. 로봇 친구는 귀여웠지만 조금 부담스러웠다.

오민 작가님의 작품을 다시 봤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일을 하면서도 우리는 아주 다른 각자의 세계에 있네, 싶었다. 같은 소리를 듣지만 그것의 의미 또한 다르다.

김희수 작가의 전시에서 아렘의 후광을 발견하고 아, 또 아렘이야, ... 싶었다. 좀. 음. 좀. 내가 워낙 모르니까 이미 유명한 작가였을 수도 있지만. 그리고 또 한 번 나랑 같은 것, 과 내가 절대 알 수도 가질 수도 없는 것, 이란 기준에 대해 생각했다.

여기 바누텔라 케이크 진짜 쫀득해서 자꾸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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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수업 시간에는 마지막에 오늘의 수업 소감을 돌아가면서 말한다. 이 수업에는 특히 미술 시장에 오래 계시거나 전문가로 일하는 분들이 많으셔서 학우들에게 배우는 것도 컸다. 그래서 대학원에는 각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분들이 자기의 전문성을 가진 채로 오기 때문에 교수님의 강의뿐 아니라 학우들을 통해서 배우는 것도 큰 의미를 지니는데 이 수업에서는 매번 그런 배움을 얻어서 감사하고, 나는 아무래도 이번 강의에서 전문가로의 역할을 하기는 글른 것 같으니까 이번에는 잘 배워두고 앞으로는 나도 다른 곳에서 그런 경험과 지식을 나누는 전문가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소감을 말했다. 교수님께서는 내 수업 후기가 인상적이고 보람 있다,는 코멘트를 더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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