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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OG

많은 이야기가 퍼뜨려지기만 했던 두 번째 상담

KNACKHEE 2022. 5. 1. 14:20

두 번째 상담을 마치고 기억 나는 대화의 조각들.
나는 흥미가 액션의 가장 큰 원동력인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다. 고등학생 때는 해야 할 게 명확했고 그걸 해내면 다음 스텝이 무엇인지 또한 명료했다. 그 시기에 실패에 대한 생각은 잘 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무엇이든 될 거란 낙천으로 가득했다. 그래서 사실 입시 스트레스 같은 것도 별로 없었다. 그냥 엄마가 성적 안 나온다고 뭐라 하는 것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는 게 전부였다. 그래서 그 시절은 지금 떠올려도 크게 어려운 마음이 들지 않는다.
아빠란 사람이 사라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가장의 역할을 제대로 했을 땐 그 혜택을 다 누리다가 그게 사라지니까 바로 사람 취급도 안 하는 이런 마음으로 누군가를 돕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스스로가 너무 가증스럽다.
다른 사람이 가진 이야기가, 특정 주제에 대한 의견이 늘 궁금하다. 이건 이 자체로 흥미롭기도 하지만 불편한 상황을 피할 수 있는 요소가 돼 주기도 한다.
같은 대상을 놓고 에디터가 본질을 이야기한다면 마케터는 상품성에 좀 더 치중한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후자의 것을 내 정체성으로 가져가야 한다는 걸 받아들이기가 어려워서 지금 이 포지션이 힘든 것 같다. 실무적인 것도 물론 어렵고.
생각해보면 공부를 잘하고 선생님들의 인정을 받기 시작한 시점부터 인생이 좀 더 즐거워졌다. 그래서 이게 여전히 기준이 되고 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해.
그런데 원래 상담의 질문들이 이렇게 두루뭉실한 건가. 아직 2회차밖에 안 돼서 그런 걸까. 이야기가 퍼뜨려지기만 하고 어느 한 곳으로 초점이 모이지 않는 느낌이라 오늘은 얘기를 늘어놓는 내내 좀 어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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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27

두 번째 타투를 정하고 예약을 잡았다. NEVER MIND. 나는 나만 신경쓰면 된다. 남에게 내 쓸모를 입증하려 애쓰지 않아도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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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28

궁한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대학원에서 만났지만 5학기가 되도록 인사 한 번 나눠보지 못한 J님에게 연락을 해서 업무와 관련된 도움을 구했고, 고마움의 표시로 커피를 사겠다고 했다. 그는 근래 만난 사람 중에 가장 친절했고 나는 또 그걸 문자 그대로 내뱉으며 이왕 질척인 김에 좀 더 질척여도 되겠냐고 물으며 인친을 요구했다. 그러면서도 저 사람이 이걸 어떤 식으로든 오해하면 어떡하지, 하고 걱정했다. 진짜 NEVER MIND 하라고 나야, 좀.
만나서도 업계에 관해 여러 궁금증들을 던졌는데 그중에 일러스트가 삽화가 되는지 작품이 되는지의 경계를 묻는 말에 J님은 좀 인상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작가가 자신의 작업을 어떻게 여기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고.
아니 그런데 꽃 포장 정말 저것이 최선이었나요 플로리스트 슨상님,... 조금 난처해서 어쩌지, 하다가 오늘의 J님에게 "오늘의 웃음버튼이에요!" 하며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