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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OG

회사도 째고 수업도 째고 너무 좋네

KNACKHEE 2022. 5. 18. 18:52

교수님은 7학기 안에 논문을 쓰지 않으면 만나주지 않겠다고 하셨다. 자기가 다른 교수님 지도 학생들 논문 심사 품앗이 열심히 해주고 있으니까 타이밍 맞춰서 하자고. 오히려 내 주제가 콘텐츠가 확실하고 채울 내용도 많아서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을 거란 말도 해주셨다. 정말 그랬음 좋겠네. 실제로 쓰는 과정에서는 또 달라질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는 일하면서 공부를 해보려는 학생을, 그리고 파보고 싶은 주제를 크게 흔들지 않는, 교수와 학생의 관계를 권력 관계로 가져가지 않으시려는 지도 교수님을 만난 것 같아 행운이네, 싶다.

수업을 째고 센세네 동네로 센세를 만나러 갔다. 아기를 낳은 지 몇 달 안 된 센세에게 육아의 어려움과 그 과정에서 오는 가족 관계들의 녹록지 않음을 들었고, 헤어져 집에 가는 길에 카네이션을 보냈다. 원래는 그날 가는 길에 사서 주고 싶었는데 실패해서 편리한 방법으로다가. 매년 받던 거 한 해 쉬면 아쉬우니까. 퇴근 길의 만원 지하철 안에서는 사람을 피해 뒷걸음질을 치다가 자리에 앉았다. 깜짝 놀랐지만 곧 핵이득, 하고 혼자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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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은 대체로 수평의 감정을 가지고 어떤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도 그럼 저건 잠시 덮어두고 다른 걸 먼저 하면서 시간을 조금 가져볼까, 라고 말해줄 수 있는 여유와 안정감이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사실 이건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기도 하다. 그럼 내가 지금 만나고 싶은 건 아직 되지 못한 나인 걸까,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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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들에 무작정 뛰어드는 사람이 아니었으면 인생이 조금 덜 고달팠을까? 그런데 그건 또 그거대로 괴로웠을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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