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 Bossanova,
회사도 째고 수업도 째고 너무 좋네 본문




교수님은 7학기 안에 논문을 쓰지 않으면 만나주지 않겠다고 하셨다. 자기가 다른 교수님 지도 학생들 논문 심사 품앗이 열심히 해주고 있으니까 타이밍 맞춰서 하자고. 오히려 내 주제가 콘텐츠가 확실하고 채울 내용도 많아서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을 거란 말도 해주셨다. 정말 그랬음 좋겠네. 실제로 쓰는 과정에서는 또 달라질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는 일하면서 공부를 해보려는 학생을, 그리고 파보고 싶은 주제를 크게 흔들지 않는, 교수와 학생의 관계를 권력 관계로 가져가지 않으시려는 지도 교수님을 만난 것 같아 행운이네, 싶다.

수업을 째고 센세네 동네로 센세를 만나러 갔다. 아기를 낳은 지 몇 달 안 된 센세에게 육아의 어려움과 그 과정에서 오는 가족 관계들의 녹록지 않음을 들었고, 헤어져 집에 가는 길에 카네이션을 보냈다. 원래는 그날 가는 길에 사서 주고 싶었는데 실패해서 편리한 방법으로다가. 매년 받던 거 한 해 쉬면 아쉬우니까. 퇴근 길의 만원 지하철 안에서는 사람을 피해 뒷걸음질을 치다가 자리에 앉았다. 깜짝 놀랐지만 곧 핵이득, 하고 혼자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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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은 대체로 수평의 감정을 가지고 어떤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도 그럼 저건 잠시 덮어두고 다른 걸 먼저 하면서 시간을 조금 가져볼까, 라고 말해줄 수 있는 여유와 안정감이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사실 이건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기도 하다. 그럼 내가 지금 만나고 싶은 건 아직 되지 못한 나인 걸까,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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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들에 무작정 뛰어드는 사람이 아니었으면 인생이 조금 덜 고달팠을까? 그런데 그건 또 그거대로 괴로웠을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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