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 Bossanova,
초콜릿을 입힌 누룽지를 주시다니요 본문



전 직장 이후의 과정들을 함께 겪은 H와 연계돼 함께 마음고생을 했던 D님을 만났다. 헤어지며 H는 초콜릿을 입힌 누룽지를 줬고 D는 자기랑 몇 년 동안 친구인데 선물 잘 안 주는 사람 아니었냐며 놀랐다. H와 일로 만나 다행이라는 나의 말에 다같이 하하하 웃었다. 다음에 만날 땐 더 즐거운 이야기들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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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내가 다니던 출판사의 작년 채용 공고를 보니 조건이 좋았다며 책 만드는 일의 장점을 나열하면서 거길 다시 갈 일이 없냐는 메시지가 와 있었다. 나는 어차피 거기에 해당하는 연차도 안 되고 다시 갈 일도 없다고 못을 박았다. 기분이 아주 나빴다. 엄마가 뭐든간에 채용공고를 보내줄 때면 기분이 나쁘고 화가 난다. 아무것도 책임져 주지 않을 거면서.
이 일을 곱씹으며 버스 정류장으로 가다가 지난 상담 시간에 내가 엄마를 직업인으로만 인지하고 있었다는 지점을 떠올렸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내게 엄마의 가장 큰 역할은 인정해주는 것이었다. 왜곡된 기억일지 모르지만 내 기억 속에서 엄마와 사이가 좋았을 때는 성적이 좋을 때뿐이었다. 성적이 나빴을 때의 나는 늘 주눅이 들어 있었고 표정이 일그러져 있었고 언제 엄마가 나에게 소리를 지를지, 그것이 격해져 체벌로까지 이어질지, 이 불편한 주제로 얼마나 더 일방적인 이야기를 듣고 있게 될지 전전긍긍하는 상태였다. 회사에서도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계속해서 내 쓸모를 입증하려 하고 어떤 능력적 측면의 개선이 관계를 이어나가는 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는 건 이러한 기억의 연장인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경제적인 여유만 있으면 6월 초로 잡아둔 다음 상담을 당겨서 받고 싶은 심정이었다. 답답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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