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 Bossanova,
근면하지 못한 야망가 본문
올해의 돌려돌려 돌림판 말씀 뽑기. 새해의 첫 순간에는 이렇게 기도했다. '저만이 존재하는 이 세상에서 벗어나기를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이번 상담에서는 TCI 검사에 대한 결과표를 확인했다. 성취에 대한 야망이 정말 높고 끈기도 어느 정도 있는데 근면하지는(오래 지속하지는) 못하는 사람. 그래서 회사를 그렇게 옮겨 다녔나. 성실이라는 단어가 기질에서는 희박해서, 그래서 더 그 단어에 가까이 있는 사람이고 싶었나 보다. 나한테 없는 거라서.
위험을 추구하는 성향이 극단으로 높은데 위험 회피 성향도 좀 높은 편이라 절충이 되고, 사회적 민감성이 낮은 편이라 타인의 생각을 크게 개의치 않는 사람. 그렇지만 타인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우려하고 그때 했던 말들, 하지 말았어야 했던 말들에 대해 오래 곱씹기도 한다고 했더니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그건 그 상황에 대한 자기 평가인 거예요." 그런 거였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해 끙끙 앓으면서도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사람이었더라고, 나는. 이건 좀 마음에 들었다. 나는 그동안 내가 엄청 쫄보에 기세도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수줍고 아쉬웠거든.
정말 늘 생각하지만 이렇게 하고 싶은 것만 해서 이렇게 살고 있는 건가 싶다. 이 얘길 하자 선생님은 사회적 민감성이 높았으면 아마 성취욕이 있으니 사회적 성취를 위해 좀 더 애썼을 거라고 덧붙여 주셨다. 지금 하기 싫어서 괴로워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다보니 1을 10으로, 거짓말을 하는 수준으로 부풀려서 써내야 하는 것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사업을 따내거나 팔기 위해 애써야 하는 플랫폼 같은 것들.
아무래도 성실과 근면의 차이가 단박에 이해되지 않아서 사전에서 그 차이를 찾았다. 성실은 정성을 다하는 마음에 가까웠고 근면은 부지런함에 가까웠다. 내가 왜 성실할 수는 있지만 근면하기는 어려운지에 대해 이해 완. 나는 늘 누워 있고 싶은 사람인데, 그렇다면 나의 야망이 바닥에 있는 근면의 멱살을 잡고 이끌어가고 있는 삶인 거다, 지금의 모습은. 맨날 피곤한 이유가 여기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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