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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OG

싱 스트리트

KNACKHEE 2016. 5. 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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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싶었다. 비긴 어게인을 제작한 감독의 작품이라는 정도의 정보만 가지고 영화를 선택했다. 기계에서 발권한 티켓이 너무 구려서 속상했다. 그냥 영수증을 주지. 나뚜루 주인 아저씨께 바닐라 쉐이크와 초코 쉐이크 중 뭐가 더 맛있을지에 대한 조언을 구해 초코 쉐이크를 샀다. 나왔어요~ 하며 건네 주시는 컵이 생각보다 작아서 또 조금 속상했다. 백수가 사치 좀 부리겠다는데 여러모로 안 도와주는구나 싶어서.

 

영화는 내 취향을 저격했다. 음악을 중심에 놓은 성장서사라니. 두 번째 뮤직비디오를 찍으면서 여자애가 바다로 떨어지는 척만 하라는 대본과 달리 진짜 바다에 몸을 던진다. 심지어 수영도 할 줄 모르면서. 왜 그랬냐고 다그치는 남자애에게 여자애가 말한다. 절대로 적당히 하면 안 된다고. 저 작은 여자애도 아는 걸 나는 묵과해왔다. 성장영화에서는 일단 뭐든 시작하고 본다. 그 계기가 결코 대단한 것도 아니다. 음악을 좋아하는 형을 통해 곁눈질로만 음악을 배운 코너가 밴드를 시작한 이유는 라피나와 어떻게든 만날 핑계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게 성장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대단한 동기, 대단한 목표가 필요한 게 아냐. 네가 하고 싶은 게 생겼으면 일단 해봐. 그걸 지속할지 말지는 해나가는 과정에서 알게 될 테니까. 그러니 시작부터 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아. 그런데 기억해야 할 게 있어. 정말 전력을 다해 해봐야 한다는 거야. 그래야 어떤 끝과 마주하더라도 너를 탓하지 않을 수 있어.' 그래서 나는 몇 권의 자기계발서를 읽기보다는 잘 만들어진 한 편의 성장영화를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한 곡 한 곡 거칠 때마다 아이들의 실력과 내면이 성장하는 게 보여 조금 울었다. 후반부에 자신을 괴롭히던 아이를 찾아가 '너와 우리는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으니 학교에서 똑같이 쓸모 없는 존재다. 그런데 너와 우리가 다른 건 우린 우리가 하고 싶은 뭔가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거다. 너도 우리와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아니, 우리에겐 네가 꼭 필요하다. 우리와 함께 하지 않을래?'라고 할 때는 아이들이 기특해서 울었다. 여하튼, 토끼덕후 에먼이 최고 귀여웠다.

 

영화를 보는 내내 너무 좋은데 어떡하지? 했다. 바로 다음 회차를 끊을까 하다가 조금씩 아껴서 보려고 작열하는 태양 밑으로 기어나왔다.

 

지금껏 나는 너무 적당히 읽었다. 치열하게 읽을 필요가 있다. 읽어야지.

 

 

 

*

 

몇몇은 알겠지만 나는 캐릭터밴드덕후다. 다른 걸 사러 간 곳에서 이걸 발견했다. 색깔별로 네 종류가 있었다. 박스의 색과 안의 내용물의 색이 같은 건 줄 알고 고심해서 노란 걸 골랐는데, 열어보니 모두 들어 있어서 소심하게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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