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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OG

진빠져

KNACKHEE 2016. 5. 26. 23:14


거의 4-50분 내내 말렸다. 웃으면서 자꾸 꼬리를 물었다. 바보같이 꼬리를 내 준 내 잘못이다. 초딩같았다. 내공이 부족하다. 그리고 진득한 경력이 아닌 경력은 없는 것만 못한 듯했다. 그렇다고 안 쓸 수도 없고. 내향적인 것도 들키고 살갑지 못한 것도 들켰다. 필요할 땐 외향적이 되고 살갑진 못하더라도 웃으면서 거절할 수 있다고 했지만 설득력이 없어 보였을 것 같았다. 더 큰 기획사가 아니고 왜 여기예요? 인디도 좋아한다면서 왜 여기예요? 생각해본 질문인데도 횡설수설 답해서 끝나고도 자꾸 곱씹게 된다. 여기서도 생각한 것과 다른 상황을 만날 수 있는데 그럼 어떻게 할 건가요? 이 질문에서는 돈을 벌고 이제 제대로 경력을 쌓아야 하니 그냥 참겠다고 말하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솔직한 답인데, 너무 지쳐서 두 분께 조언을 구하겠다고 했다. 내가 첫 면접이었고 자기들은 정말 신중하게 좋은 사람을 뽑고 싶으니 천천히 사람들 면접을 보고 6월 중엔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면접을 너무 말아먹어서 그냥 너 딴 데 알아보란 소리로 들렸다. 진빠진다. 너무 힘빠져서 여기 저기 전화를 걸어 하소연을 했다. 요즘 진짜 승률 별로다.


언제부터인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데, 자꾸 수학 공부를 하나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학 시험을 보게 돼 긴장하는 꿈을 꾼다. 다른 사람들은 내가 수학 공부를 하지 않았단 걸 모른다. 취업에 있어서 아무 준비가 돼 있지 않아서 자꾸 이런 꿈을 꾸나 싶다.

 

 

엄마는 자신이 그동안 인터뷰를 위해 여러 사람을 만났는데, 어떤 불리한 상황과 조건이었는지와 상관 없이 하나님께서 있게 할 자리라면 그 자리에 가더라는 말을 전해주셨다. 자꾸 내가 만든 상황과 변변찮은 나의 이력들에 기대서 불안에 떤다. 떨어졌다면 그건 내 자리가 아니었던 거니, 다시 내 자리를 찾아 나서면 되는 건데. 이렇게나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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