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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있다 본문
백수의 월요일. 좋아하는 엔크리스토에 가서 초코 무스랑 샷을 하나만 넣은 우유가 가득한 라테를 마신다. 그리고 들고 간 노트북이 무색하게 들고 간 메시지 성경의 이사야서를 묵상하고 카페에 있던 신앙서적을 읽는 데 시간을 썼다. 영을 채우는 시간이 필요했다. 책을 다 읽고 싶었지만 너무 오래 있는 것 같아 그러지 못했다. 곧 다시 와서 마저 읽어야지.
그래도 지난 3월과 다르게 이번엔 걷고 있다. 같은 이름으로 명명될 시간이지만 그래서 같지만 다르다. 3월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고 어떤 의지도 생기지 않아 그 침잠하는 감정에 충실했다. 지금은 아니다. 걷고 있다. 뛰는 건 별로 취향이 아니라서 더 천천히 걸을 예정이다. 계속 하다 보면 뛰는 사람에게도 나는 사람에게도 아무 감정을 느끼지 않을 수 있는 내 길이 하나쯤 생기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