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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OG

볼링은 어렵고 그녀는 변하지 않는다

KNACKHEE 2017. 9. 29.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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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링은 여전히 어려웠고 나는 죄송하고 부끄러워 내내 얼굴을 들 수 없었다. 그녀는 볼링장에도 미니 원피스를 입고 왔고 모두 혀를 찼다. 끌끌. 쯧쯧. 사랑스러운 P씨는 좋은 성적을 냈고 P씨의 팀은 3-4위 전에 올랐다. P씨는 팀의 사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열심히 볼링을 치고 열정적으로 팀을 응원했다. 그걸 본 그녀는 매거진보다 볼링을 더 열심히 하는 것 같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다. 지금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서도 새벽까지 야근을 하고 주말 출근을 하는 사람한테 할 소리인가 싶어 없던 정도 떨어졌다. 다른 팀 실장님과 이미 정리가 된 일을 내게 또 물어보게 해 나까지 멍청이로 만들기도 했다. 모두가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데 위해주는 척하면서 나와 사랑스러운 Y씨를 일하라고 사무실로 먼저 들여보낸 것도 부아가 치밀었다. 추석 떡값을 받자마자 보내버려 우리는 그것을 위해 그 자리에 남아 있었던 사람들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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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즐거운 연휴 전날에도 우리는 사무실로 돌아와 컴퓨터 앞에 앉았다. 잠시 사무실에 들른 다른 팀 팀장, 과장님들이 돌아가며 이런 날 일 좀 시키지 말라고 한 마다씩 했다. 공장도 아니고 잔업을 하느냐며. 눈치 없는 멍청이도 오늘은 눈치가 좀 보였는지 오늘 다섯 시에 들어가고 토요일인 내일 한 시에 출근을 하라고 했다. 그래놓고 면접자가 다섯 시에 올 건데 내게 연락을 할 거라고 했다. 그녀는 변하지 않는다. 영원히 그럴 테다. 그러고는 평생을 자기 연민과 자아 도취에 빠져 살겠지. 불쌍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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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계속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 이상할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주 이상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사실 적당히 이상하다,는 표현도 좀 이상한데.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그냥 가을의 길목에서 나는 자주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 자주 아이스크림을 사 먹고 있다. 그게 다다. 뭘 자꾸 애써서 찾으려 하는 건지 모르겠다. 쓸데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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