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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가 보다

KNACKHEE 2017. 10. 13. 22:33
아닌 것 같다. 섣부른 감정 사과드립니다.

그녀가 어제 자신과 얘기를 끝나자마자 우리를 하나씩 불러다 얘기한 게 못내 짜증이 났던 부장님은 타이밍을 봐서 우리를 다시 부르기 시작하셨다. 스타트를 끊은 이녀는 어제 그녀가 카페나 집에서 야근을 하라고 했던 말을 비롯해 모든 걸 오픈했다(고 했다. 또 하나의 거짓말쟁이이자 센척쟁이가 얼만큼 솔직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오후 내내 부장님은 심란한 얼굴로 한숨을 쉬셨다. 우리는 설레하며 재소환을 기다렸으나 오늘은 날이 아니었다. 불러만 주세요. 모든 것을 말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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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어제 해줬어야 하는 일을 오늘 오후에나 해줬기에 나와 사랑스러운 P씨는 칼퇴에 실패했다. 말도 안 되는 순서와 페이지네이션에 짜증을 내며 배열표 정리에 한창이었는데 4시쯤 작가 미팅이 있다며 사라진 그녀가 달라진 메이크업과 옷차림으로 돌아왔다. 그러면서 자꾸 집에 가서 하라고 닦달했다. 자기 대표님한테 정말 죽는다며. 얼마 남지도 않았고 집에 가서 또 컴퓨터를 켜고 싶지 않이 버팅기고 작업을 계속했다. 그러자 퇴근 지문을 찍지 말고 그냥 가면 자기가 월요일에 우리가 칼퇴를 했다고 둘러대겠다고 했다. 아니 누구 좋으라고. 그녀는 정말 우리가 사무실을 나가 엘리베이터를 탈 때까지 우리를 감시했다. 퇴근 도장을 못 찍게 하려고. 우리는 그녀에게 빅엿을 주기 위해 일층에서 시간을 보내다 다시 올라가 퇴근 도장을 찍었다. 둘 다 간이 콩알만해서 주차장이 있는 층과 또다른 사무실이 있는 층에서 엘리베이터가 멈출까봐 조마조마하다 퇴근 도장을 찍고 탄 엘리베이터가 3층을 지나고 나서야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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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공기가 청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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