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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OG

이브와 크리스마스

KNACKHEE 2017. 12. 26. 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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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ve a blessed christ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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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이브엔 급 노랭이를 만났다. 노랭이가 묻는 근황에 특별한 거 없이 회사를 계속 다닌다고 했더니 그는 대뜸 한국의 직장인들만큼 변화가 없는 삶도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금 기가 차서 그래도 그 안에선 정말 많은 일이 있다고 말했다. 노랭이는 잠깐 내 눈치를 조금 보더니 조금 전 내가 한 말을 인용해 그래도 그 안에선 많은 일들이 있더라고~ 했다. 욕할 뻔 했네. 내가 이번 해에 겪은 일은 정말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드라마였는 걸. 알지도 못하면서. 너는 상상도 못 하겠지. 아무리 작은 회사도 그 안에서 얼마나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지. 온전히 나만의 것은 아니지만 '다음'을 생각해 보게 할 만한 뿌듯한 우리의 것,을 만들어 내는지. 너는 모르겠지. 아니, 알아도 그것을 네가 그렇게 고매하게 여기는 창작의 범위에 넣으려 하지 않겠지. 그리고 사람들이 일상이란 걸 영위하기 위해서 삶을 갈아넣고 있는 걸 안다면, 그런 식으로 말해선 안 된다. 심지어 튤립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노랭이는 유럽 사대주의에 젖어 있었다. 뭐만 하면 유럽은 어쩌고 저쩌고. 그래, 유럽 좋지. 그렇지만 결국 너와 나는 한국인이고 네가 그렇게 유럽이 너의 음악을 알아준다고 이야기했지만 결국 빨리 졸업하고 한국에 오려고 하고 있지 않은가. 자신의 근본을 부정하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어진다.

 

노랭이와 대화를 하고 나면 늘 마음이 찝찝하다.

 

내가 이렇게 적어 놓은 걸 알면 노랭이는 또 역시 사람은 앞과 뒤가 다르다며 배신감을 느끼고 상처받은 티를 내겠지. 그런데 네가 못 느꼈을 뿐이지 나는 네 앞에서 그런 대화가 불편한 티를 냈고 아랑곳하지 않고 그런 얘기를 계속한 건 너다. 내가 결국 크게 반박하지 않은 건, 가치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미 지 좋을 대로 다 생각해버리고 결론지어 버리는데 거기다 대고 얘기해 봤자 벽에 소리치는 것과 다를 게 없으니까. 네가 받은 상처들이 무엇에서 비롯됐는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맞다. 혼자 찔려서 방어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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