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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OG

뜨거운 생활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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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 번째 뜨거운 생활. 탱이 무려, 발제지를 기획/작성/디자인, 해 소책자를 만들어 왔고 다음 발제자인 나는 동공이 흔들렸다. 탱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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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권태에 대해 이야기했다. 우리가 느꼈던 권태는 주로 몰두할 것이 없어졌을 때 혹은 반복되는 행위에 대한 지겨움이었다. 영화에서 주인공이 느꼈던, 더는 높이 올라설 곳도 자신에게 새로움을 주는 사람도 없어 느끼는 권태와는 다른 형태의 권태.


가장 처음 권태롭다, 는 생각이 든 건 대학교 4학년 때였던 것 같다. 어디를 향해 가야 할지 몰랐고 졸업식 날은 폐기처분 되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이불을 덮고 누워서도 다음날이 기대되지 않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두려움의 날이 오는 게 지겨웠다. 이 권태는 취업과 함께 사라졌다. 그 다음 권태가 찾아온 건 작년. 얼굴에 크림을 바르는 행위조차 지겨웠다. 크림을 바르다 행동을 멈췄다. 한숨을 쉬었고 도대체 왜, 뭐 하자고 매일 이렇게 크림을 바르고 있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상황이 나아질 거란 희망이 없었다. 그 미친 여자도, 가계도. 그래서 지겨웠다. 나는 이 미친 여자 밑에서 몸과 정신을 갉아먹고 있는데 가계는 밑 빠진 독이었다. 마음이 건강할 때는 어떻게든 되겠지, 가 됐는데 마음이 병드니 어떻게 해도, 도무지, 안 될 것 같아, 가 됐다. 이 권태를 끊기 위해 회사를 그만뒀고 나는 나를 돌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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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마지막 글쓰기 수업은 수강생들의 과제를 첨삭해 주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강사님께서 첨삭한 과제 스캔본을 프로젝터로 띄워 주셨는데 아니, 내 과제는 첨삭할 게 없었다고 하셨다. 나는 입술을 말아 넣으며 삐져나오려는 웃음을 참았다. 칭찬받았으니까. 계속해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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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님한테 정말 감동이었던 건, 삼십여 명의 과제를 모두 첨삭해 주시고 짧은 코멘트까지 메일로 주셨다는 거다. 엄청 바쁘신데! 정말 감동. 진짜 감동. 아니 정말로! 감동 ㅠㅠ 덧붙여 받은 코멘트 자랑을 하자면, 흠흠.


/글 구성도 좋고, 문장도 깔끔하고, 마무리도 좋아서 즐거운 마음으로 읽었어요. 제목도 잘 달아주셨고요. 흠잡을 데가 없어서, 앞으로 꼭 꾸준히 글을 써보시기를 기원합니다. 전반적으로 줄거리를 적어가는 구성인데도, 영화의 복잡미묘한 감정선이 잘 드러나게 쓰셨네요./


너무 신나서 동네방네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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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정직한 편애의 누적 플레이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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