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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OG

부리는 여유

KNACKHEE 2016. 1. 17.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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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한 시간 가량 카페에서 혼자 책을 읽었다. 여유를 부린다,는 문장에 적합한 행위여서 기분이 좋았다. K는 자느라 예배에 오지 않았고 M은 예배를 마치고 바로 자소서를 위해 집에 갔다. 원랜 둘과 함께 밥을 먹겠거니 해서 비워둔 시간이었는데 그렇게 되는 바람에 소연찡과의 약속 시간까지 사이가 떠버려서 여유를 부렸다. 요즘 이 카페가 정말 좋다. 분위기도 좋고 오리지널인지 카피인지는 알 수 없지만 다양한 디자인 체어들도 있다. 무엇보다 카라멜마끼아또 외에 카라멜 카페라떼가 있어서 진짜 좋다. 오늘은 내내 선곡도 좋아서 감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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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연찡이 ABC 춰컬릿을 줘서 나는 정말 기뻤다. 어제 엄마가 킨더 한 줄을 줘서 함성을 지르며 좋아하자 초콜릿 하나면 얠 만족시키기에 충분한데 왜 남자친구가 없는 거냐며 의아해했던 엄마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소연찡과는 점점 편한 사이가 돼 가고 있다. 시간과 이야기들이 쌓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소연찡의 표현에 의하면 그렇다. 또 그러면서 서로 너무 어긋나지 않는 의견들을 갖고 있기도 하고. 소연이가 하루라도 빨리 마음 붙일 수 있는 교회를 찾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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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가 예배에 오지 않은 것에 대해 이야기하며 M과 마찰이 있었다. 나는 정말 속이 상했고 M은 사정이 있는 건데 뭘 그렇게 신경 쓰냐는 입장이었다. 나는 그런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잠깐 침묵이 흘렀고 우리는 웃으며 다른 이야기를 했다. 내가 K와 M에게 가지고 있는 기대치는 다르다. M은 예배에 나오는 것만으로도 고맙고, K와는 깊은 나눔을 하고 싶다. 그래서 정말 속이 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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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식의 친절이 다른 사람에겐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거라는 걸 두 번째로 알았다. 만남 때마다 자잘하게 건네는 것들에서 상대는 자신도 다음에 무언가를 줘야 한다는 부담을 느꼈다고 했다. 자기가 여유가 없을 땐 더 부담스러웠다고 했다. 그런데 내가 대단한 걸 건네는 건 아니고, 초콜릿이라든지 핸드크림과 같은 사소한 것들인데, 그럴 수도 있구나 싶어서 마음이 무거웠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얼마나 많은 부담을 준 거야, 나는. 주는 내 기쁨에 취해 상대를 배려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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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립 치고 싶은 거 꾹꾹 참아 가면서 의자 특집 소제를 달았다. 북이 실험한 핵은 아무래도 내 책상에 떨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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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커스 M 이동희 씨의 /일상에 대한 노래/를 발견하곤 한참 들었다. 꿈 같은 거 미래 같은 거 말고. 권태롭기 그지 없는 일상을 노래하자고 우리의 오늘을 격려하자고 해줘서 좋았다. 일전의 말씀 이후로 일상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있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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