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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OG

다시 백수

KNACKHEE 2016. 2. 23.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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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한 시 귀가를 마지막으로 두 번째 직장 생활을 끝냈다. 다시 백수가 됐다. 마음이 불안하면서도 편했다. 차가 끊겨 집으로 걸어오는 새벽 길에 눈이 내렸다. 우산도 모자도 없어서 두르고 있던 목도리를 머리에 둘렀다. 집에 오는 길엔 꽤 오래 센세랑 통화를 했다. 센세는 2학년 1반 담임을 맡게 됐다고 했고, 1학년과 2학년 수업을 걸쳐서 하게 됐다고 했다. 그리고 랩몬스터의 리더를 안다고 해서 나는 잠시 당황했다. 내가 맨날 남준이라고 해서 랩몬스터가 그룹 이름이고 남준이가 랩몬스터란 그룹의 리더인 줄 알았단다. 길거리에서 한참 소리내 웃었다. 편의점에서 나오던 아저씨가 내 웃음소리에 흠칫, 놀라셨다. 센세에게 랩몬스터가 남준이의 활동명이고 그 아이가 리더로 있는 그룹 이름은 방탄소년단임을 정리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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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 첫 날의 일정은 B와 K씨를 만나서 1박 3일의 여수 일정을 논의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셋 다 치밀하게 계획을 짜는 타입이 아니어서 예약이 필요한 것들만 끝내고 별 다른 계획을 세우지는 못했다. B는 민낯인데도 예뻐서 나는 두어 장의 사진을 찍어 놓곤 직찍이라며 나중에 보정하면서 혼자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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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가 디저트 카페를 알아 놓으라고 해서 알아갔다. 테이블이 많지 않은 작은 공간이었는데, 운 좋게 마지막 남은 테이블에 착석했다. 초코초코한 밀푀유를 먹으며 센세가 지아코를 닮았음을 깨달았다. 특히 이번 너는 나 나는 너 뮤비에서 청순청순하게 나오는 지아코. 애써 센세에게 뮤비까지 보여줬더니 아무래도 닮은 것 같으니까 그만 두라고 했다. 앞머리가 엄청 이상하고 짧게 잘렸다가 야한 생각을 많이 해서 그런지 빨리 자랐다고 하니까 센세가 진심이 담긴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당황해서 왜왜, 뭐, 왜, 했더니 얘를 어쩌면 좋냐고 했다. 빨리 남자친구가 생겨야 할 텐데, 라며. 왜. 뭐. 왜. 나는 센세에게 너는 나를 잘 상대해 주니까 고딩을 상대하는 것도 문제가 없을 거라고 말해줬다. 같이 역으로 가는 길엔 부러 골목을 찾아 꽃집에 가서 센세에게 꽃을 선물했다. 메시지 카드에 축복해,라고 적었다. 축복해, 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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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 두 잔이나 마셨어서 엄마를 기다리면서는 아이스크림 브라우니를 먹었다. 토깽이 아이스크림에 귀여워 몸서리를 치고는 숟가락으로 푹푹 퍼 먹었다. 노란손수건은 늘 잔잔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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