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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OG

동주

KNACKHEE 2016. 2. 26. 01:19

 

*

 

정말 좋은 영화를 봤다. 누가 보면 유난 떤다고 할 만큼 많이 울었다. 서럽고 속상하고 뜨거웠다.

 

영화의 제목처럼 영화는 교과서 속 윤동주가 아니라 정말 그 시대에 존재했던 인간 동주,를 다뤘다. 그는 문학보다는 사회에 대한 열정이 더 뜨거워 보이는 송몽규가 자신보다 먼저 신춘문예에 등단한 것을 질투하고, 그 감정을 어린애처럼 여과없이 표현했다. 오히려 송몽규가 그런 동주의 마음을 풀어주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동주는 문학을 사랑했으며 표면적으로는 사회적인 문제보다 자신의 등단이 더 중요한 듯 보인다. 정말 그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늘 그의 마음은 어지러웠다. 온전히 순수한 문학을 하기엔 그의 마음과 사회 안팎이 너무도 어지러웠고, 그 상황에 발벗고 맞서자니 두려움이 앞섰기 때문일 테다. 동주는 문학을 하다, 문학에 아픈 현실과 자신의 혼란스럽고 부끄러운 마음을 담다, 종내엔 떨리는 손으로 사인을 하라고 쥐어 준 펜을 내려놓고 절절하게 고백한다. 정말 그렇게 하지 못한 내가 너무 부끄러워서 네가 독립운동을 했다고 사인하라는 종이에 이름을 적지 못하겠다고. 영화에서 무엇보다 좋았던 건 내내 혼란스러웠던 동주의 마음이다. 그 마음이야말로 가장 인간적인 마음이지 않을까.

 

대학 다닐 때 김유정의 작품에 관해 발표하며 마무리로, 소설 안에 사회를 담았으나 사회 문제의 발의만 있었고 구체적인 해결책은 없다,고 했다. 그러자 노교수님은 문학의 역할은 거기까지로도 충분하다고, 그 다음은 그 문학을 접한 독자의 몫이라고 했다. 그 장면이 떠올랐다. 그렇지. 어쨌든 동주는 현실에 눈감지 않았고, 손만 닿아도 데어 버리고 마는 그 현실을 집어삼키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결국은 부끄러워하고 또 부끄러워했다. 펜촉을 통해 절절한 참회의 글을 꾹꾹 눌러 썼다. 누군가는 동주가 무력하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는 내 입장에서 그는 꽤. 용감했다.

 

동주는 계속해서 좋은 시를 쓰지만 계속해서 자신이 시인은 아니라고 한다. 등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이미 시인이었다. 오늘날에도 등단하지 못한 시인들이, 소설가들이 얼마나 많을까. 이미 시인이고 소설가인데. 또 빛나는 것에만 주목하는 우리의 역사 속에 스러져간 몽규가 얼마나 많을지를 생각하고 답답했다. 영화 내내 몽규가 동주를 아끼는 마음이 묻어나서 뭉클했다. 동주가 왜 자신에겐 함께하자고 하지 않냐고 물었을 때 몽규의 마음은 내려앉았겠지. 쿵.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다며 강제로 밀린 머리의 동주가 자신의 앞에 나타났을 때도. 몽규도 알았던 거다. 자신이 하는 일이 분명 가치 있는 일이지만, 소중한 사람이 그로 인해 위험에 처하는 건 그와는 별개로 가슴이 무너지는 일이라는 걸. 그 위험한 일로 내몰기엔 동주의 시가 너무 아름답다는 것도. 험하고 힘든 건 내가 다 할 테니, 너는 아름답게 빛나는 시를 써줬으면 하는. 몽규는 알았던 거다. 동주의 할 일이 무엇인지.

 

물론 그 시대 청년들의 고민과 지금 시대 청년들의 고민은 다르다. 그렇지만 본질적으로는 같을지 모른다. 눈 앞에 부조리는 명백히 보이는데 나에겐 생존과 이루고 싶은 꿈의 문제가 놓여 있다. 그래서 괴롭고 부끄럽고 혼란스럽다. 여전히.

 

그리고 감히 비할 게 아닌 건 알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몇년 전 열심히 썼던 녹턴이 생각났다. 또 그리고. 이 영화처럼 꼭 만들 필요가 있는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이 되어야지 싶었다.

 

 

*

 

아, 드디어! 앨범에 수록해줬음 좋겠다고 노래를 부르던 왈칵이 드디어! 엉엉, ;_ ; 감격해서 음원을 듣고 있자니 라이브로 듣고 싶다. 역시나 욕심은 끝이 없다. 주르륵주르륵주르륵- 우르르우르르우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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