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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해줘

KNACKHEE 2016. 3. 4.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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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너무 꿀꿀해서 밝은 영화를 보고 싶었다. 예고를 볼 때부터 재밌겠다,고 생각했던 좋아해줘를 잠깐 고민하다가 티켓을 끊었다. 결말이 허무하다는 얘길 며칠 전에 들었던 탓이다. 마지막에 애아빠가 너라서 다행이라는 대사는 개인적으로 좀 구렸지만, 전반적으로 기분 좋은 미소가 지어지는 귀여운 영화였다. 특히 강하늘 씨! 하늘 씨! 우리 마늘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맑고 맑고 맑은 역에 마늘 씨 만큼 제격인 사람도 없지 싶다. 목소리도 맑고 미소도 맑아 ㅠㅠㅠ 제작이 리양필름이길래 처음 보는 영화사라 검색을 해봤더니 씨제이이엔엠 영화 투자팀장을 지낸 분이 독립해서 차린 곳이라더라. 이런 영화를 만드는 감성을 가진 영화사라니. 제발 나를 좀 써달라고 사정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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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기분이 왜 꿀꿀했냐면. 월급을 못 받았다. 정확히는 받아야 할 만큼 못 받았다. 1월이 끝나기 열흘 전인가. 셋이 함께 가서 너의 비인격적인 대우와 말도 안 되는 업무량을 도저히 감당하지 못 하겠으니 이달까지만 일하고 싶다,고 말했었다. 그러자 식스는 한 달 전에 통보를 하지 않으면 지난 한 달간 일한 월급을 주지 않을 수 있단 조항이 계약서에 있다며 월급을 줄 수 없다,고 했다. 며칠의 텀을 두고 우리는 아직 진행된 일이 없으니 누가 와서 일을 하든 시작점은 같고, 이미 마음이 떠서 붙잡아놓고 일을 시켜봤자 네가 원하는 결과물이 안 나올 거라고 했다. 여전히 식스는 그 조항을 들이밀며 맞섰다. 어쩔 수 없이 그럼 한 달을 더 일해서 3월호를 잘 마무리해보겠다고 했다. 휴일에도 일하고 주말에도 밤을 새가며 최선을 다해서 일했고 책이 잘 나왔다. 그런데 29일에 들어와야 할 급여가 들어오지 않았다. 회사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월급을 받았다고 했다. 나간 사람들이 2월에 일한 22일치는 2일날 주겠다고 했다. 일단 알겠다고 했다. 2일에도 급여가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여러 곳에서 돈이 빠져 나가야 하니 월급을 달라고 했다. 외부에서 들어와야 할 돈이 안 들어왔다며 3일에 주겠다고 했다. 마음이 불안해 당일 오전에 다시 한 번 급한 사정을 설명하고 오늘은 꼭 급여를 넣어 달라고 했다. 읽었으나 답이 없었다. 회사에서 통상적으로 급여를 지급하는 커트라인인 은행 업무 시간이 끝나도 돈이 들어오지 않았다. 엄마가 그러다 돈을 못 받을 수도 있다고, 세게 나가야 한다고 했다. 급여를 주지 않으면 노동청에 신고를 할 수도 있다고, 그러니 언제 줄 것인지 확답을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자 두어 시간 후에 지금 넣으려 했는데 타이밍이 안 좋다며 갑자기 내가 언제 퇴직 의사를 밝혔는지를 걸고 넘어졌다. 나는 그게 지금 왜 필요한지 모르겠으며 어쨌든 2월까지 근무를 했고 책이 잘 나왔다고 답했다. 그러자 식스는 그간의 퇴직 과정을 일일이 나열하며 자기에게 필요한대로 각색했다. 그러면서 '함께' 일했던 회사에서 지급이 2일 늦어졌다고 노동청 운운하는 건 예의가 없는 거라고 했다. 사실 정확히는 29일부터 4일이다. 꼭 지 불리할 때만 함께, 식구 등의 단어를 쓰는 게 불쾌했다. 어쨌든 기분이 나빴다면 죄송하지만, 계속해서 약속을 어겼고 사무실 사람들은 다 받았는데 밖에 있는 사람들만 못 받았다는 사실이 우리에겐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음을 양해해달라고 했다. 식스새끼는 뭐라고 뭐라고 떠들더니 휴일을 다 빼고 13일치의 월급을 넣어줬다. 개새끼. 지 기분 나쁘다 이거지. 일급으로 쳐서 줄 거면 야근수당이랑, 출근은 안 했지만 집에서 밤새가며 일한 수당도 계산해서 줘야 하는 게 아니냐고 했더니 씹었다. 개새끼. 망해라. 문화를 만든다는 사람들이 이 정도 수준이다. 고상한 척, 진심을 위하는 척 하지만 모두 거짓이다. 노랭이가 말한 아이돌의 음악이 거짓이 아니라 이것이야말로 거짓이다. 흉내만 낼 뿐이다. 회사에 있을 때도 내내 수준 이하의 모습을 보여주더니 끝까지 구질구질하다. 개새끼. 식스새끼. 꼭 망해라,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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