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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OG

곳곳에 비

KNACKHEE 2016. 7. 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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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을 보냈는데 답이 없었다. 느낌이 쎄-해서 전화를 했더니 전화도 받지 않았다. 원래 만나기로했던 곳의 전 역인 종각에서 내려 영풍에 갔다. 이 코너 저 코너를 기웃거리며 한 시간 반을 보냈다. 일곱 통의 부재중을 만들었으나 여전히 답이 없었다. 마음을 접고 집으로 가는 지하철을 탔다. 반 정도 갔을 즈음 K에게 미안하단 연락이 왔다. 처음엔 그냥 집에 가서 티비나 보겠다고 했다. 진심이었다. 그러고 싶었다. 그런데 계속해서 미안해 어쩔 줄 몰라 하는 애를 두고 그냥 갈 수가 없어 그럼 신도림에서 보자,고 했다. K는 한 달 반의 회사 생활을 청산하고 백수가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스테이크를 사줬다. K의 와인과 나의 레몬에이드를 부딪치며 서로의 직업 없음을 축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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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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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 만남을 위한 책읽기를 시작했다. 이중섭 아저씨는 다정왕, 사랑꾼인 것 같다. 편지 속 언어는 유치하리만큼 단순 명쾌하다. 사랑엔 유려한 수식어가 아니라 이렇게나 직관적인 단어들이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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