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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 Bossanova,
좋은 것들로 채우고 있다, 마음을 본문
벨베데레 궁전과 쇤브룬 궁전 중 어딜 먼저 갈지 고민하다 비엔나 중앙역에서 더 가까운 벨베데레를 내일로 미뤘다. 잘츠부르크의 헬브룬 궁전처럼 쇤브룬 궁전도 여름 궁전이었다. 주인은 달랐지만. 사투리와 이민 2세의 느낌이 섞인 묘한 발음의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가 관람을 도왔다. 여섯 살의 모차르트가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를 위해 연주를 했다던 연주곡이 연회장에 들어서는 순간 흘러나왔다. 덕분에 잔뜩 흥이 올랐다. 바로크-로코코 양식의 실내 인테리어와 소품들은 아주 정교했고 취향을 저격했다. 결국 허영과 탐욕의 결과물인 것에 마음이 동해버리는 걸 보니 나도 어지간히 그런 부류의 인간이구나. 궁에 서민들의 생활상을 담은 그림이 많은 건 뜻밖이었다.
점심으론 립 스테이크를 먹으러 갔는데 직원이 안에 앉을지 테라스에 앉을지 묻기에 안에 앉겠다고 했더니 그가 크게 웃으며 "No!" 했다. 테라스 정원이 아주 예쁘니 밖에 앉아야 한다며. 당황한 티를 내지 않으려 "어께-이." 하고 밖으로 나갔더니 직원의 말처럼 예쁜 공간이 있었다. 답정너였지만 그럴 만 했으니까 인정. 립 스테이크도, 둘 중 고민하다 직원의 추천으로 주문한 맥주도 맛이 좋았다. 벌이 자꾸 나타나 두려웠던 것만 빼면 아주 나이스.
카페에서 나왔을 땐 이미 네 시가 넘은 시각이어서 미술사 박물관은 내일을 기약하고 모네와 피카소의 작품이 있는, 카페에서 한 블럭 거리의 알베르티나 미술관에 갔다. 모네의 그림을 볼 생각에 너무 신이 나서 절로 어깨가 들썩였다. 사진도 그림도, 눈으로 직접 보는 모든 것도. 빛이 극대화된 장면을 이길 수 있는 건 없다.
빈의 거리에는 다정하게 가벼운 입맞춤을 나누는 연인들이 많아서 좋았다. 사랑스럽기도 하지! 저녁거리를 사러 빈 중앙역 안에 있는 마트에 갔는데 너무 붐벼서 어제 갔던 다른 마트에 갔다가 허탕을 쳤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가 늦은 8시쯤이었는데 토요일엔 6시에 문을 닫는단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일요일은 아예 열지 않고. 이러다 저녁부터 내일 아침까지 굶게 될 것 같아서 조급한 마음으로 다시 역에 있는 마트로 발걸음을 옮겼다. 우리나라와 무척 대조적인 상황에 당황하긴 했지만, 이런 식이면 괜찮은 삶을 살 가능성이 조금은 더 커지겠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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