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 Bossano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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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5
팔찌들의 조합이 아주 마음에 들고 이제 가격도 체인의 굵기도 적당한 은색 팔찌만 더해지면 완벽할 듯하다. 머리색은 청록을 향해 가고 있다. 예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는 여름 햇볕이 아무곳에나 내려앉았고 모든 장면이 빛났다. 그걸 보면서는 슬프다, 고 생각했다. 예전 같으면 마음을 일렁이게 했을 말씀들에도 무감하기만 했다. 불씨가 잘 안 사네. 큰일이다.
20200706
수빈이 춤선은 진짜 물결 같다. 그리고 이 안무에서는 다들 뒤쪽으로 아주 매끄럽게 다리를 뻗는다. 진짜 예쁘네. 왜 불씨가 살아나지 않을까 생각해봤다. 좀 많이 인간적인 답이긴 한데, 내일에 대한 기대보다 결국 찾아올 실망에 먼저 마음이 가는 시기를 지나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
20200707
최종 성적이 떴고 처음 확인했을 때보다 조금 더 좋은 점수로 첫 학기를 끝냈다. 성적에 기분 좋기는 또 오랜만이네. 가시적인 성과와 인정이 필요했던 것 같다. 성적을 잘 받고, 지난 소설 쓰기 수업 시간에 그래도 긍정적인 피드백을 듣고 나니 좀 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살아나지 않는 불씨에 대해서는 계속 생각했다. 어제의 잠정적인 결론이 추상적이어서. 오늘 조금 더 구체화한 건 지켜지지 않을 것들에 지친 게 아닐까 싶은 거다. 우리 뭐 하자, 하는. 당시의 진심이지만 결국 빈말이 될 것들. 디자인 미팅을 하면서는 내가 무언가를 시도하기도 전에 이미 과거에 확인한 선을 넘지 않기 위해 너무 애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놀랐다. 표지가 윗선의 판단에 따라 엎어질 수도 있고 윗선의 경향상 저자가 영향력 끼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동안 맞닥뜨렸던 상황에 내가 인지하는 것 이상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던 듯하다. 아니 그런데 실장님이 시안 일정 까먹으신 건 진짜 좀 너무 힘이 쭉쭉 빠지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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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기록>
- 요즘 메인 스트림은 타자의 고통에 관한 자기 윤리에 대한 이야기와 퀴어, 페미니즘
- 배경깔기는 하려는 얘기를 대략적으로 소개하는 부분이다. 변죽울리기라고도 표현. A4 9매를 쓴다고 하면 1 1/2 정도 분량이 적당.
- 작가가 실제 사건을 가져올 때는 인물에게 남은 '얼룩' 위주로 묘사를 해야 한다.
- 소설은 '굴욕적이었다'는 서술 대신 이게 어떤 장면인지 보여줘야 한다.
- 소설은 욕망을 그대로 보여주는 게 아니라 그 욕망으로 인해 '필요해진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 '이런 일', '이런 사람'과 같은 인칭/지시대명사를 지양하고 구체적인 묘사를 사용하는 게 좋다. 특히 SF 같이 작가가 배경, 세계관을 만든 경우에는 처음에 배경깔기를 더 촘촘하게 해야 한다. 독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 의도의 전달에서는 '조사'의 사용이 중요하다.
- '있다/없다'는 가능하면 빼는 게 좋다.
- 적확한 문장을 써야 한다. 자연스럽게 읽히되 명료하고 정확하게 전달되는.
- 퇴고할 때는 필요한 문장만 남긴다는 생각으로 해야 한다.
- 문장의 강약을 조절해야 한다.
- 묘사 다음에 감정이 나와야 독자의 읽기를 방해하지 않을 수 있다.
- 경험은 시간성을 가진다. 예를 들어 헤어진 당시에는 단지 어벙벙할 뿐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라데이션으로 감정이 변하는 것처럼.
- 수식어는 수식하는 것과 가까이 놓도록 한다. ex) 온갖 그녀들의 걱정이 > 그녀들의 온갖 걱정이
- '어떻게 연결할까'가 아니라 '왜 연결할까'를 생각해야 한다.
- 행동묘사를 심리묘사처럼 해주면 좋다.
- 대화 사이 지문의 운영이 아주 중요하다.
- 인물이 평범해도 배경(설정)이 특별하면 다르게 읽힐 수 있다. 이럴 때는 섬뜩할 정도로 인상적인 장면이 필요하다. 해리포터가 처음 볼트모트와 마주하는 장면과 같은.
- 패악을 그릴 땐 패악이 패악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사용해야 한다.
- 주제가 무거울 땐 소재를 조금 가볍게 가져오는 게 좋다.
- 얘기가 길어질 때는 시간성을 정확하게 짚어줘야 한다.
- 설정이나 지식은 제일 낮은 층위로 끌어내려야 한다. 독자를 작가가 생각지 못한 문장에 밑줄을 긋기 때문에 팩트 확인도 잘할 필요가 있다.
- 글이 무해하려면 많이 알고 정확하게 기술해야 한다.
- 인물이 크고 많이 말한다고 그만큼의 크기로 다가가는 것은 아니다.
- 단편 소설에서 대사는 인물의 말을 감추는 방식으로 써야 한다.
- '그때'는 어떤 동작 뒤에 쓰거나 안 써야 한다.
- 소설에서는 인상적인 장면이나 문장이 필요하다. 감상은 이해의 영역이고 인상은 그것과는 별개의 것이다.
- 엽편 소설에서는 마지막에 여운이 아니라 서사가 남으면 안 된다.
- 평범해서 더 읽고 싶은 글이 있다. 그러면서도 지루하게 만들지 않는.
"직장에서는 자신이 없으면 제끼는 게 맞지만 예술은 자신이 없어도, 실패할 것 같아도 꺼내놓고 피드백을 얻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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