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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OG

내내 졸음이 따라다녔다

KNACKHEE 2022. 1. 22. 18:57

마이아트뮤지엄에 사람이 이렇게 적은 건 오랜만이었고 전시를 보면서 호불호 갈릴 만했네,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러시아 출신의 유대인,이란 배경은 언제 들어도 익숙해지질 않아서 이번에도 뭐어? 하고 또 놀랐다. 그림마다 모세가 십계명판을 너무 소듕하게 끌어 안고 있어서 자꾸 웃음이 났다. 동시에 스스로를 모세, 예수님과 동일시할 수 있는 자아는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는 건지 궁금했다. 자기 삶에 정직하고 소명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만 가질 수 있는 것이지 않나 싶어서 좀 부러웠고. 아니 나는 성경 속에서 동질감 느끼는 인물 대라고 하면 요나밖에 안 떠오르는데,...
성경을 다룬 게 아닌 작품들은 대부분 판화였다. 한때는 원화가 아닌 판화, 그러니까 에디션의 가치를 잘 몰랐는데 이젠 조금 알 것도 같다. 나중에 뭐가 남을지 모르고 원화 없이 판화만 존재하면 그게 원화 되는 거지 뭐. 한 치 앞도 알 수 없다.
아, 야곱이 엄마 리브가랑 작당해서 이삭을 속이고 형 에서 대신 장자의 축복을 받는 장면을 그린 그림에서는 숨어서 그걸 지켜보는 리브가의 깨알 같은 표정이 킬포였다. 같이 조마조마했네. 최근에 성경에서 그 장면을 기록한 부분을 다시 읽었는데 에서는 억울할 게 없는 일이었더라고. 귀한 걸 귀한 줄 모르고 함부로 내던졌으면 애초에 자기 거였다고 우길 수 없지. 뭐가 귀한지 아는 것도 축복이네, 싶었다. 사실 그것만 알아도 삶이 간결하고 명료해질 텐데 그게 어렵지.

그런데 밥 먹을 때 정말 아무말도 하지 않았고 나는 내내 음식점 선택이 잘못돼서 그런 건가, 하고 눈치를 봤다. 어색하게 웃으며 우리 진짜 아무말도 안 하고 먹어! 했더니 굽는 데 집중하느라 말을 하지 못하고 있는 거라는 답이 돌아왔다. 아무리 스스로 구워먹어야 하는 거라지만 이렇게까지, ... 나는 모르겠다. 이날 내내 이 장면과 그 숨 막히는 분위기가 자꾸 생각났다. 할 말도 없는 사이라면 왜 만나는 거지. 나는 오늘 내내 졸음이 따라다니는 상태에서도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입을 터느라 고단했다. 나도 늘 있는 건 아니야, 할 말. 노력하고 있는 거야, 늘.

기분이 어떻든 거울 셀카는 못 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