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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의 끝에 도착한 두 번째 그림

KNACKHEE 2022. 1. 21. 20:25

연말정산 하다가 월드비전 후원이 한 달 빈 걸 확인하고 뒤늦게 냈다. 언젠지 보니까 시월이었고, 그럴 만했다. 내친 김에 언제 시작했는지도 찾아보니 10년 전이었다. 10주년이니까. 올해는 한 명을 더 후원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
아니 그런데, 연말정산 하다 보니까, 월급에서는 4대보험 다 떼갔으면서 근무하는 내내 하나도 납부가 안 되어 있는 것으로 나오더라고? 이새끼가 진짜. 가지가지다 정말.

밤 사이에 눈이 한껏 내린 날의 출근길이었다. 평소처럼 지하철 안 패딩 사이에 껴서 꾸무룩 자다가 깨서 인스타에 들어갔다. 작가님의 피드 위에서 엄지 손가락을 위로 움직이다 멈춰 서서 액정에 검지를 더했다. 몽롱했던 미간이 점점 또렸해지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작품을 이렇게 빨리 만나게 될 줄은 몰랐는데.'
겨울. 막 밖에서 안으로 들어온 사람이 내 옆을 지나가면 그 코트에 묻은 차가운 공기가 훅, 하고 코끝에 닿는다. 정말 좋아하는 모먼트. 그러니 <겨울을 입은 코트와 손>을 그냥 지나치지 못할 수밖에. 코트에 스민 겨울의 다채로운 푸른색들에는 코트를 벗어뒀던 장소마다의 이야기가 담겨 있을 것만 같았다. 이 작품을 곁에 두고 박민규 아저씨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읽어야지. 그러면 언제든 겨울에 머물 수 있을 테다.
나중에 작가님 전시하시면 초기 작품세계 파트에 대여해드릴 것. 이 작품을 데려온 데엔 내 감을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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