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 Bossanova,
해에 졌던 어제 본문
나는 언제나 잘하고 싶었고 빨리, 잘하고 싶었다. 나의 미숙을 가장 견딜 수 없는 건 나였다. 아니 그런데 햇볕 무슨 일이야 진짜. 마이 아이즈, ... 내년 여름 오기 전에 선구리 꼭 사야겠다.
"나는요, 붕괴됐어요." <Work>(1972) 앞에 서서 한참 영화 <헤어질 결심> 속 대사를 되뇌었다. '마음의 심연'이라고 표현되곤 하는 것들이 실은 이런 모양새를 하고 있는 게 아닐까. 자박자박 쌓아 올리다가 어느 순간 푹 꺼져버린. 그렇지만 치워버리기에는 여전히 정성스러운 마음이라서 자꾸 되돌아가 살펴보느라 닳아버린.전시 설명문에서 이용우 큐레이터는 유영국 작가의 색채를 '창발적'이라고 표현한다. 그것의 사전적 의미는 이렇다. '남이 하지 아니하거나 모르는 것을 처음으로 또는 새롭게 밝혀내거나 이루어 내는.'
초기 작품이 있던 K1에서는 색채가 내뿜는 강렬한 에너지에 창발적이라는 표현이 일종의 무브먼트적인 의미로 느껴졌다. 아주 천천히 걸으며 오랜 시간을 들여 감상한 K2의 2층은 죽음을 곁에 두었던 시기의 작품들이라고 했다. 그곳에서의 창발적이라는 표현은 젊음은 쉽사리 닿을 수 없는 삶의 고요와도 같은 것으로 다가왔다.
K3에는 작가가 여러 단체 활동을 하느라 자신의 작업에만 집중하지 못했던 20년의 시간을 메꾸려는 듯 오롯이 스스로에 집중했던 시기의 작품들이 놓여 있었다. 설명문에 의하면 이 공간에서의 창발은 자신에게 집중하며 절제된 감정과 순수함으로 몰두했던 조형 실험에 대한 것이었다.
<Work>(1979), 경주 사진 연작과 드로잉 등 작가의 아카이빙 사료(7-8)를 보면서는 어느 것도 한 번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또다시 생각했다. 익어가는 시간을 견딜 수 있어야 하는데, 완숙함만에만 시선을 고정해서 나의 미숙함을 견디지 못할 때가 많다. 정말 고통스럽거든. 얼마 전 영어 수업에서 이걸 주제로 잡아 에세이를 쓰기도 했다. 쓰다 보니 내가 지금껏 어떤 패턴을 반복해왔는지 알게 됐다.
'To relieve that emotion, I spent a lot of time working and studying after work or on weekends. Then I would get tired as quickly as I felt frustrated. I just wanted to go a little faster because I couldn’t stand the situation, but eventually I couldn’t even stand anymore.'
이제 깨닫는 건 할 만큼 했으니 삶에 적용하는 단계로 넘어갔으면 좋겠다. 침착하게, 나로 존재하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었던 정영주 작가님 작품. 아닌가. 페어에서 봤었나. 여튼. 전시는 처음. 그림으로 어떻게 이렇게 불을 켤 수 있지. 달동네를 닮은 풍경에 스며드는 빛이라 더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SF적인 서사가 흥미로웠다. 그런데 이날 좀 피곤해서 영상 작품 보다가 조금 자버린. 그래서 두 번 봤다.
투 비 컨티뉴, 이지만 지금이 지나면 결국 적지 못하게 되겠지.
8년여 만에 <미생>을 다시 봤고 드라마 속 모두가 끊임없이 야근을 했다. 인풋의 시간 없이 아웃풋으로만 가득찼던 날들이 떠올라 좀 괴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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