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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판에서 어떤 플레이어가 될 수 있지

KNACKHEE 2022. 9. 3. 22:24

 

정말 새삼스럽지도 않게 유재연 작가님의 작품이 사고 싶었다.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생명체가 꼭 나 같았다. 그런데 근래 두어 작품을 사서 총알이 없었지.

 

 

BB&M에서 만난 작가님을 여기서 또 만나서 반가웠고

 

 

이 작품은 보자마자 코끝이 시큰해졌다.

 

 

안드레아스 에릭슨 작가님도 반가웠고,

 

 

도나 휴앙카 작가님도 반가웠지.

 

 

웅성웅성, 하길래 뭐지, 하고 간 곳에서는 이배 작가님을 목격했다. 진행자가 작가님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작가님 작품 감상의 포인트를 말하며 이렇게 보면 되겠죠? 뭐 이런 식으로 질문했는데 작가님이 웃으며 감상은 보는 사람의 몫이라고 하셨다.

 

 

안녕, 바스키아!

 

 

대런 아몬드 아저씨를 생각지도 못하게 여기서 만나니 더더 반가웠지.

 

 

이번 프리즈의 내 최애픽. 레드카펫 같았던 부스 진입로도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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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 입덕 01|Chen Ching-Yuan(b. 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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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을 베이스로 활동하는 작가 Chen Ching-Yuan의 작품 세계를 이루는 대주제는 꿈과 현실의 경계다. 작가는 작품 속에서 서로 다른 문화의 문학, 신화, 역사들을 직조해 미묘한 감성을 표현하는 시도를 지속한다. 그 과정에서 선형의 시간적 제한이 사라지고 의미의 균열이 일어나며 작가가 포착한 이미지들은 하나의 커다란 덩어리로 합쳐진다.
현실에서의 명징한 의미가 소거된 이미지들의 덩어리에는 묘하고 단편적인 상징들이 새롭게 덧입혀진다. 작가가 직조해낸 세계는 인간의 본질과 예상치 못한 평행 세계를 형성하며 일종의 우화로 기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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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작업은 2020년, 레지던시 프로그램 참석 차 방문한 파리에서 경험한 팬데믹 봉쇄를 기점으로 변환점을 맞이한다. 이전에는 강렬한 색들로 고전 회화를 연상하게 하는 극적인 작업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6개월간의 락다운은 작가의 생활 반경, 시간과 빛에 대한 감각을 바꿔놓았다.
<2021 PAGES> 연작은 그때의 기록이다. 그 기간 동안 작가는 창밖을 내다 보거나 갇혀 있는 공간 안으로 햇빛이 스며들기를 가만히 기다리며 시간을 보냈다. 당시 유일하게 허락된 야외 활동은 단 1시간, 거주지 반경 1km 내의 고정된 경로뿐이었다. 게다가 유럽의 여름밤은 10시가 되어도 눈이 부셨다. 락다운과 백야가 앗아간 시간 감각은 초현실적인 작가의 작품 세계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했다.
이번 프리즈 서울에서 선보인 <PAGES 2022> 연작은 Laundry를 배경으로 한다. 세탁기 문에 표현된 풍경은 작가의 고향이자 주 활동지인 대만의 면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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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 TKG+ 갤러리스트 설명, Chen Ching-Yuan 홈페이지, TKG+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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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아마도 오역과 의역이 존재할 것

 

 

취미는 입덕 02|LIU Ren(b. 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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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를 베이스로 활동하는 작가 LIU Ren은 회화, 조각, 설치 작품을 아우른다. 작가가 주목하는 건 시간의 흐름과 삶의 소비, 존재의 상태다. 작가는 이러한 것들을 분열된 정보와 일상적인 요소들로 치환한다. 그렇게 축적된 감정과 해석을 요하는 텍스트들을 명료하고 정돈된 시각적 형식으로 감춰버리는 것이 그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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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후기 개념미술가 온 가와라On Kawara와 헤라클레이토스의 사상에 대한 정보가 선행되어야 한다. 한 전시 설명문에서는 가와라에게 공명resonance한다고 표현했을 만큼 작가는 그에게 큰 영향을 받았다. 온 가와라는 '오늘Today' 연작으로 주목받았다. 단색 바탕에 제작 날짜를 채색하고 뒷면에는 해당 날짜의 신문을 오려 붙이는 방식으로 매일 제작해나간 이 시리즈는 온 가와라의 죽음과 함께 끝이 나는 프로젝트였다. LIU Ren은 이와 같이 시간이 존재의 증거라는 가와라의 관점을 재해석한 작업들을 주로 선보이고 있다.
<PantaRhei-202203171240>은 straw paper를 펄프로 변환하고 건조해서 돌처럼 만든 캔버스에 실크 스크린 인쇄를 하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작품에서 straw paper는 다른 형태로 변환되기 위해 존재한다. 이러한 소모적인 속성은 맹렬한 속도로 흘러가는 도시의 시간에서 존재했다 지워지기를 반복하는 인간 삶의 흔적을 증명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작품 속에는 그리스의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 주요한 사상인 '만물은 유전流轉한다'가 원어인 'Panta rhei' 그대로 넘실댄다. 존재의 본질은 변화에 있다. 르네상스 시대에 중요한 것을 표시할 때 사용된 금을 작품의 패인 틈새에 배치한 것은 이 메시지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금박은 소모적 속성의 straw paper와 대조되는 요소이기도 하다.
조각 <Flow>가 열릴 수 있는 형태의 모래시계 모양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작가는 바다를 가르고 모래시계를 쪼갬으로써 작가는 분리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간의 형식 자체를 재구성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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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 Dong Gallery 갤러리스트 설명, Dong Gallery 홈페이지, Artsy 'LIU Ren' 페이지, 두산백과 두피디아 '온 가와라'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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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얼기설기 이해했지만 일단 기록

 

 

지난 아라리오 뮤지엄에 이어 프리즈에서도 만난 미야지마 타츠오 작가님. 이게 또 갤러리바톤 부스에 있어서 뜻밖이었다.

 

 

아 맞다. 소마미술관에 장 뒤뷔페 전도 보러 가야되는데. 거기까지 또 언제 가냐 진짜.

 

 

제프 쿤스 에디션이지만 THE 8에서 이미 세븐틴 디에잇밖에 떠올릴 수 없게 된 덕후. 명호 너무 참하고 귀여움 ㅠㅠㅠㅠ

 

 

안지산 작가님도 정말 인기 너무 많고, ...

 

 

키아프에서는 한지민 작가님 작품도 또 만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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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로, 해외 갤러리에서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동기들을 보면서 나는 이 판에 발도 못 붙이고 있다는 패배감이 짙게 들었고 어떤 플레이어가 될 수 일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 열등감을 언제쯤 떨쳐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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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즈 먼저 보고 나니까 체력 때문인지 어쩔 수 없는 사대주의 때문인지 키아프가 눈에 잘 안 들어왔다. 프리즈에서 무엇보다 좋았던 건 서양에 국한되지 않은 작품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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