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 Bossanova,

오늘과 지난 금요일 본문

DAILY LOG

오늘과 지난 금요일

KNACKHEE 2023. 7. 11. 18:45

 

계속 생각해야만 한다. 내 영역이 아닌 것을 부러워하지 말자,고.

 

 

이 전시는 작가보다도 재단에 좀 더 흥미가 갔다. 언젠가 재단 관련 짧막한 스터디를 하고 정리를 해두어야지.

 

 

눈을 빛내며 이야기하게 만드는 성장 서사를 좋아한다. 이 전시를 본 우리 큐레이터님은 눈을 빛내며 공칸이라는 작가의 성장에 대해 이야기했다. 큐레이터님의 감상이 좋아서 생각나는 대로 조합해 나의 언어로 기록해본다.

"전시 정말 좋네요. 일단 갤러리 전시 공간도 너무 멋져요. 공칸이라는 작가가 원래 이야기하던 게 텔레포트였잖아요. 텔레포트는 작품 안에 두 개의 원이 있고 인물이 그 사이를 통과해 다른 시공간으로 이동하죠. 그런데 이번 전시에서는 그 원을 감상자 쪽으로 향하게 했어요. 감상자가 작품 속 인물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모양새가 되는 거죠.
프레임은 단절이면서 보호막의 역할도 해요. 프레임 밖에는 대단한 요소들이 없어요. 오히려 나뭇가지 등이 프레임 안에서 뻗어나오고요. 그리고 물론 이곳에 있는 작품들은 전시를 위해 퀄리티 체크를 하기도 했겠지만, 그런 것을 차치하고라도 모든 작품의 완성도가 균일해요. 이건 작가의 세계관이 견고해져야만 가능한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단순히 주제가 어떻게 됐고 하면서 성장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그런데 이번에는 그것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네요. 앞서 작가가 다루던 주제가 자연스럽고 맥락 있게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게 성장인 걸까 싶어요. 와. 정말 좋네요. 이 작가가 어떤 작업을 해왔는지 앞단의 이야기를 아는 상태로 보니까 더 멋져요."

전시를 보는 내내 전시 서문에 있던 표현을 곱씹었다. "진실된 표현은 전시의 중요한 구성 요소입니다."

 

정신과에 다니거나 심리 상담을 받는 등의 일을 공공연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된 건 불과 몇 년 전의 일이다. 연예인들이 방송에서 털어놓은 고충이 운을 뗐고, 이것이 대중적인 분위기로 확산되는 데에는 출판 형식을 빌린 무수한 개인의 내밀한 이야기들이 그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공칸 작가의 작품도 이러한 맥락으로 읽혔다. 이 작품들 앞에서는 나의 어떤 감정과 생각도 흠이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전시 공간 입구에 있던 <DEAR MY LOVE WHO PASSED AWAY>는 처음에는 못 보고 지나쳤다가 마지막에 발견하고는 최애 작품으로 마음에 담았다. 노을의 색이 닿아 있는 면들이 좋았다. 함께 저물어가는 건 다정하고 든든한 일이니까. 물리적으로 닿아 있는 게 아닐지라도 말이다.

전시장에 비치된 QR 중 하나는 나와 결이 잘 맞는 프레임 속 공간을 찾아보는 테스트였다. 작품만큼이나 섬세하고 트렌디했던 전시 기획. 같이 갔던 팀 멤버들에게도 "여기 테스트를 해볼 수 있는 QR이 있어요!" 하고 영업을 했다. 나도 열심히 하고는 분명 save를 눌렀다고 생각했는데 전시장을 나오고 나서 보니 저장된 게 없었다. 아쉬웠지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