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 Bossanova,
국현미 순례자 본문
구글의 역사가 겨우 25년밖에 되지 않았다니.
마지막 공간에서는 달콤한 향이 났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눈을 가리는 감언이설들에 대해 생각했다.
전시를 보고는 마음이 파탄났다. 김구림 작가님 작품들은 배경 지식 없이 보기가 어려웠다. 도슨트 타이밍을 맞췄으면 좋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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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갑자기 미술관 들어오기 직전에 친구랑 까똑으로 보험 얘기 시작되고 오늘까지 보장이 쩌는 게 있어서 자기도 들었다는 말에 전달받은 오픈챗으로 보험 얘기 시작하고,... 견적서 받아도 진짜 보험은 용어부터가 너무 이세계라. 다음 전시도 예약해놔서 넘어가야 하니까 일단 전시장을 돌긴 도는데 정신은 분산돼 있고 작품은 심란하고 해서 두 시간 내내 스트레스를 너무 받았다. 진짜 보험 용어 왜 그렇게 유지해야만 하는 건지,... 미술관도 슬슬 쉬운 설명 도입하고 있는데 보험같이 거의 필수재에 가까운 것들은 좀 더 접근성이 높아져야 하는 게 아닌지,... 공기관이랑 보험, 법률 쪽에 제발 UX 라이팅 도입 좀.
백 투 더 퓨처. 문학이 미술보다 세대교체가 빠른 것 같다. 언어여서일까.
무엇보다, 장욱진 작가의 그림이 유화였다는 것에 놀랐다. 이렇게나 맑게 맺히고 스며드는 유화라니. 전시 설명 어딘가에서는 '질박한 선'이라는 표현을 채집했다. '질박하다'는 꾸민 데가 없이 수수하다,는 뜻이었다. 작가의 작품 세계를 크게 관통할 수 있는 단어라고 생각했다. 작고 소박한 그림에 담긴 크고 일상적인 진심.
작품의 크기도, 그 안의 요소들도 너무 귀여워서 자꾸만 입이 귀에 걸렸다. 일월오봉도처럼 한 작품에 공존하는 해와 달은 나무라는 세계를 축으로 공전하는 듯 보였다. 나무 안에 인물과 동물들이 열매처럼 배치되어 있기도 해서 나무가 만물을 품는 초월자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자신의 내면을 이루는 모든 것을 그려 넣은 듯한 1986년의 <자화상>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작가에게 추상화 시기가 있었다는 것도 신기했고. 또 몇몇 그림은 샤갈의 작품을 떠올리게 했다.
작품만큼이나 전시 공간도 인상적이었는데, 작은 작품들을 잘 보여주기 위해 전체적으로 낮은 가벽을 세워 동선을 구상한 게 살가웠다. 가벽들에 난 창 너머로 작품을 보는 구조는 그림의 표구 방식과도 잘 어우러졌고, 그림 속 인물들이 집 안이나 나무 안에서 밖을 내다보는 맥락과도 잘 어울렸다. 회색 바탕에 검은 글씨의 캡션들은 어두운 전시실 안에서 읽기가 다소 어려웠지만, 이동 동선 곳곳의 귀여움에 아쉬움은 빠르게 휘발되곤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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