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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4-25_여행의 목적은 우고 론디노네

KNACKHEE 2024. 5. 26. 19:29

 

 

취미는 입덕 04|우고 론디노네Ugo Rondinone(b. 1964)

우고 론디노네의 작품 전반에는 삶과 죽음, 시간과 자연이 주제로 흐른다. 1980년대 후반, 그의 애인이었던 Manfred Weisner가 에이즈로 생을 마감하면서부터 시간과 삶의 덧없음, 피할 수 없는 죽음과 무한함, 현재와 영원, 자연과 대비되는 인간의 존재에 대한 고민이 그를 강렬하게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스위스 태생인 그는 현재 뉴욕과 노스 포크를 기반으로 활동하며 회화, 조각, 사진, 영화, 설치 미술, 랜드 아트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러한 주제들을 표현해 내고 있다.
작가의 작업은 언제나 그의 이전 작업에서 출발한다. 작은 작업을 하고 난 후에는 큰 작업을 하고, 무채색의 작업을 하고 난 후에는 색이 가득한 작업을 하는 식이다. 그는 이러한 작업 방식을 ‘이전의 예술적 탐험에서 얻는 영감’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결과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자기 자신과의 끊임없는 독백이다.”

1989년 열린 그의 첫 번째 전시회는 실패로 끝났다. 하지만 그는 좌절에 머물지 않고 상황을 바꾸는 편을 택했다. 스튜디오를 떠나 자연 속에서 그림을 그리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는 이후 그가 견지해나갈 예술가로서의 사색적인 삶의 시작이었다. 작가는 예술가라는 직업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은 혼자만의 시간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자연은 그의 주요한 영감의 원천 중 하나다. 그가 사용하는 모든 상징은 자연에 기반을 두며, 비합리성, 꿈, 감각으로 대표되는 독일의 낭만주의 사조를 지향한다. 더불어 그는 무지개를 비롯한 다채로운 색채로 동성애에 대한 입장을 표현하는데, 여기에는 자연 현상처럼 자연스러운 동성애를 긍정하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작가는 관람객들이 더 긴 시간을 들여 더 오래 작품을 마주할수록 얻을 수 있는 것이 많아질 거라고 믿는다. 시간을 쓴다는 건 마주한 대상에 기꺼이 자신을 열어 보인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우고 론디노네는 모두가 차별 없이 누릴 수 있는 예술을 지향한다. 이는 그가 랜드 아트와 같은 공공 예술 작업을 이어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 덧붙이는 전시 감상
전시 초입의 레인보우 룸에서는 들어서자마자 코끝이 시큰거렸다. 난생처음, 색이 직관으로 물들이는 감정에 대해 생각했다. 색으로 넘나드는 삶과 죽음의 이야기라니. 강렬하고 뜨끈한 삶의 색으로 칠했던 몸을 고요하고 서늘한 죽음의 색으로 씻어내는 기분이었다.

소재가 주는 의외성도 좋았다. 레진인 줄 알았던 말은 유리였고, 돌인 줄 알았던 수녀와 수도승은 청동이었고, 아크릴인 줄 알았던 해와 달은 수채 물감이었다. 원주 아이들과의 협업으로 이어간 <your age and my age and the age of the sun>, <your age and my age and the age of the moon> 시리즈는 즐거움 그 자체였고.

참고
•<ELLE Korea>, 차민주, “뮤지엄 산을 물들인 우고 론디노네의 순수한 자연”(2024.04)
•<Artnet>, "Spotlight: Ugo Rondinone’s Witty Takeover of a Swiss Museum Sees Him Curate Himself Into Art History"(2023.02)
•<ARTSPACE>, Artspace Editors, "Ugo Rondinone on Art, Life & Everything In Between"(2022.11)
•<COOL HUNTING>, DAVID GRAVER, "Interview: Artist Ugo Rondinone"(2019.06)
•<Whitewall>, ELIZA JORDAN, “Ugo Rondinone’s Messages of Optimism and Love”(2018.01)
•<ARTDEPENDENCE MAGAZINE>, Anna Savitskaya, "“The result - is just a top of the iceberg and the rest is a constant monologue you have with yourself” - Ugo Rondinone"(2017.01)

 

 

친구의 차를 얻어 타고 가는 여행은 몸이 편하고 마음이 불편했다. 원래 하던대로 뚜벅이로 다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