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 Bossanova,
보고 만나고 알 수 없음의 날들 본문
L브랜드 재단에서 유의미한 타이틀을 얻어 낸 신진 작가님과의 미팅.
고국의 정서에서는 희망을, 고국의 정세에서는 절망을 느낄 수밖에 없던 시절. 윤형근 화백은 파리에서 자신이 천착해 온 '천지문天地門' 회화가 그 독자성을 지키면서 유럽 미술계라는 새로운 맥락에서도 보편성을 획득할 수 있을지 확인하기 위해 한지를 활용한 작업을 시도했다. 그 시도는 증명으로 이어졌고 20여 년이 지나 다시 파리를 찾은 작가는 더욱 확고해진 자신의 세계를 커다란 캔버스 위에 펼쳐 놓았다. 세밀하고 치열한 증명을 통해 대담하고 밀도 높게 펼쳐내 보이는 자신.
인터뷰에서 작가는 스스로를 살아 남은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그렇기에 자신의 그림은 죽느냐 사느냐의 차원에서 고민한 결과물이며, 가장 아름답게 산다는 것은 가장 고생스럽게 산다는 뜻이라고. 또 진선미眞善美 중 진만 있다면 선과 미는 자연스레 따라오는 것이라던 말도 인상적이었다. 진실한 사람은 착하게 되어 있고, 진실하고 착하면 그 내면 세계가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작가는 이렇게 덧붙였다. "그뿐이야." 그에게 아름다움은 진리를 향해 가는 삶의 빛깔 그 자체였던 것 같다고 생각했다.
전에 작가의 작품을 볼 때는 화면 위로 올곧고 무겁게 세워진 다색과 청색의 기둥들에 시선이 갔다. 그런데 이번 전시를 보면서는 그 기둥들 사이 수렁 같은 골짜기에 마음이 오래 머물렀다.
사실 가족 이외의 경조사에 참석하는 것에 대해 여전히 잘 모르겠다. 심지어 그게 회사 동료의 부모를 넘어가는 윗대의 상일 때는 더욱 더 알 수 없음의 마음이 되는 것이다. 거기까지 챙겨야 하는가. 회사 안에서 우리가 얼마나 가까웠다고 시간과 돈을 싸들고 가야 하는지 알 수 없음이다. 장례뿐 아니라 결혼식도 마찬가지다. 결혼식과 관계에서 오가는 수많은 계산들도 너무 지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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