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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OG

병신년

KNACKHEE 2016. 1. 1. 22:05

* 어제

 

심사가 뒤틀린 사람의 전화로 착실히 올해의 최악을 갱신했다. 쉬는 날이라 늦잠을 자고 있는데 아홉 시에 득달같이 전화를 해서는 준 적도 없는 누끼컷을 어떻게 썼는지 물었다. 당신이 준 컷을 누끼를 따서 쓴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거짓말하지 마세요/ 했다. 울컥, 했다. 아니 내가 왜. 무엇 때문에 당신에게 그런 거짓말을 한단 말인가. 어이가 없다. 이렇게 일찍 일어날 생각이 없었는데. 다시 잠을 청하기도 애매해 일어난 김에 집을 나섰다. 교보에 들렀다 역시나 도레도레에 갔다. 당근케이크인 축하해케이크에 홈메이드 애플 시나몬티를 곁들였다. 한 해의 마지막 날에 한 꽤 괜찮은 선택. 벼르던 염색을 할까 하곤 카페 옆에 있는 미용실에 갔다. 밑쪽에 파랑으로 투톤 염색을 하고 싶다고 했더니 탈색을 네 번을 해도 나오기 어려운 색이 파랑이라고 했다. 머릿결은 결대로 상하고 예쁘지도 않을 거라고. 그래서 관리가 가능한 연예인만 할 수 있는 거라고 했다. 빠르게 포기하고 머리가 많이 엉키니까 정리만 좀 해달라고 했다. 만오천 원, 이만 원, 이만칠천 원의 선택지가 주어졌고 나는 이만 원을 골랐다. 하니를 닮은 언니가 머리를 정리해주며 올해는 좀 힘들었는데 왠지 다가오는 해엔 좋은 일만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했다. 진심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으나 그냥 그 말 자체로 기분이 좋았다.

 

 

 

* 오늘

 

 

 

오랫동안 산책을 했다. 새해 첫 날 하기에 꽤 적절한 행동이었다. 불과 며칠 전인 지난 해에 미끄러졌던 곳에서 이번엔 넘어지지 않았다. 산책을 마치고 나서 갑작스럽게 노랭이를 만났다. 거의 일 년 만이었다. 작년엔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매번 연락을 해도 너무 바쁘다는 말만 했던 노랭이 탓이었다. 나는 반성하라고 했다. 노랭이는 반성하고 있다고 했다. 우린 그래도, 이렇게 띄엄띄엄이라도 얼굴을 보고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에 신기해 했다. 그 시절 우리가 맺었던 관계들 중에 이렇게 남은 관계가 몇 없는 탓이다. 노랭이는 내가 유럽 여행을 가면 착실하게 네덜란드 여행 가이드가 돼 주겠다고 했다. 헤어질 무렵엔 사실 이 년 만난 여자친구가 있는데 올해 성인이 된다,는 발언을 했다. 연애를 하고 있을 거라고 짐작은 했지만 미자랑 연애를 하고 있을 줄이야. 공유하는 관심사가 무척 많고 나이는 자기보다 어리지만 지적 욕구가 강해서 자기보다 어른스러울 때도 있다고 말하는 노랭이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좋은 연애를 하고 있구나 싶었다.

 

 

 

*

눌러보려던 지민이에 대한 애정은 남준이에 대한 애정과 비슷한 속력으로 자라고 있다. 사랑스럽다는 말이 이렇게나 어울리는 아이가 또 있을까 싶다. 말투, 행동, 표정 하나하나가 모두 사랑스럽다. 그래. different 좀 모르면 어때. 이렇게나 사랑스럽고 예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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