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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미

KNACKHEE 2017. 7. 22.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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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한강 라이딩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자꾸 미뤄진 일정 탓에 자전거를 타려면 목숨을 걸어야 하는 날씨가 돼 버렸고 우리는 우리의 목숨을 소중히 하기로 했다. 지하철 역 출구 앞에서 보람이를 기다리다. 꽃을 샀다. 꽃을 선물하는 건 이기적인 일의 일종이라고 생각한다. 집에 가기까지 꽃을 내내 들고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번거로운 일이다. 그렇지만 꽃을 선물할 때의 기쁨이 너무나도 커서 나는 종종 그런 이기를 저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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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내내 신서유기를 봤더니 베트남 음식이 먹고 싶었다. 보람이도 최근 신서유기 때문에 반미와 분짜가 먹고 싶었다고 했다. 마침 역 앞에 새로 생긴 베트남 음식점이 있었다.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에어컨 바람이 쥐꼬리만큼 나오는 바람에 잠깐 고민했지만 어쩐지 맛집일 것 같아 쉽사리 엉덩이를 뗄 수 없었다. 그나마 에어컨 밑자리에 있던 손님이 나가며 우리 자리를 자신들의 자리로 옮겨 달라고 해서 일차적으로 한 숨 돌렸고 곧 에어컨을 냉방이 아니라 제습으로 해 놔서 시원하지 않았던 것임을 알고 해결해 최종적으로 한 숨 돌렸다. 음식은 아주 맛있었고 분짜보다는 반미가 더 취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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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람이는 좋은 연애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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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연남에서 비어 있는 카페 좌석을 찾기란 정말이지 마음에 드는 바지를 찾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네다섯 군데를 가 본 후에야 겨우 자리를 잡았다. 보람이는 어제 빙그레 카페에 가서 내게 주려고 샀다며 저렇게나 귀여운 빙그레 키링을 내밀었다. 너무 신이 나서 어깨춤을 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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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모든 것을 가감 없이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건 정말이지. 진부한 표현이지만. 요즘 나의 사전이 부도나고 있으니 어쩔 수 없이. 멋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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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을 들고 가서 이 색으로 염색을 하고 싶다고 했더니 이건 탈색을 하고 매트한 색을 네다섯 번은 넣어야 나올 수 있는 색이라며 고개를 흔드셨다. 대신 부분적으로 탈색을 하고 카키색을 입히자고 했다. 윤오빠 같은 색은 아니었지만 꽤 흡족한 색이 나왔다. 펌 같은 건 전혀 욕심이 나지 않는데 염색은 매번 욕심이 난다. 보름만 지나면 올라오는 뿌리를 보며 매번 다음엔 검은색으로!를 다짐하지만 그때가 되면 마음은 또 뿌리째 흔들리곤 한다. 그래서 올해는 거의 두 달에 한 번씩 전체 염색을 하고 있는데 할 때마다 마음의 위안을 얻기 위해 머리를 감겨주는 디자이너님한테 묻는다. 두 달에 한 번 꼴로 염색을 하면 두피나 머리카락에 너무 안 좋지 않을까요? 당연히 그렇지 않다고, 괜찮다는 대답이 돌아올 걸 빤히, 알면서. 정말이지. 곤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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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도 어김없이 야근을 했다. 사실 야근보다도 더 견디기 힘든 건 거짓말쟁이다. 거짓말쟁이가 만들어내는 자신의 세계가 어찌나 견고하던지 나는 그만, 울고 싶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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