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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OG

171027-28_어머니랑 호캉스

KNACKHEE 2017. 10. 28. 11:45

 

 

호캉스를 앞두고 이번 호캉스의 화룡점정을 찍을 수영장을 위해 어제 그 혼란한 와중에 물안경과 수영 모자까지 샀는데 밤 사이에 기침이 심해지면서 목에서 피가 나오기 시작했다. 직감했다. 물에 들어가면 사망하겠구나. 하는 수 없이 호텔방에서 하릴없이 시간을 보냈다. 아주 아쉽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전망 좋은 곳에서 정말이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는 것은 기가 막히게 좋았다.

 

 

 

 

호텔방 안에 있는 유료 과자도 촵촵 뜯어 먹고 TV도 좀 보고 책도 좀 보다 보니 티켓팅 시간이 다가왔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잡을 수 있는 최대한 가까운 자리를 잡았다. 아마 두고 두고 후회할 건, 중콘과 막콘 모두 2층을 잡아 놓고 막콘은 어쩐지 그라운드 욕심이 너무 나서 뒤로 가기를 눌러 아무 자리도 잡지 못하게 됐다는 거다. 멍청이! 더 기가 막힌 건 덕메님은 첫콘과 막콘만 예매를 하고 중콘은 예매에 실패했다는 거다. 아니 이게 무슨,... 우리는 일반 예매를 기약했으나 사실 기약이 없는 기약일 테지. 

 

 

 

 

 

 

바스락거리는 호텔 침대의 이불을 덮고 정말 푹 잤다. 고대하던 호텔 조식을 먹고는 길만 건너면 있는 센트럴 파트를 천천히 산책했다. 가을이 집어삼킨 센트럴 파크는 자꾸만 걸음을 붙잡았다. 돈을 주고 얻은 1박 2일의 여유와 편안함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어머니도 이 시간을 무척 좋아해 줘서 기쁘긴 했지만, 마음이 썩 좋지는 않았다. 가계가 기울어지기 시작한 이후부터 어머니에겐 쉼도 여유도 없었다. 언젠가 어머니가 무언가를 갖고 싶다,고 생각해본 게 너무 오래된 일이라고 했던 게 생각났다. 어머니한테 자주 지랄맞게 굴지만서도 내겐 어머니에 대한 어쩔 수 없는 부채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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