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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OG

태형이를 봄

KNACKHEE 2017. 11. 28. 12:36

태형이를 봤다. 아니 그러니까. 덕후도 계를 탄다고요. 엉엉.


때는 점심이었다. 여느 때와 같이 결정장애 끝에 팀원들과 점심 먹을 곳을 정하고 제육 쌈밥을 촵촵 야무지게 먹고 나왔다. 원래 그 식당은 음식이 굉장히 늦게 나오고 불친절한 곳인데 오늘따라 사장님이 계셔서 직원분들도 친절하시고 음식도 무척 빨리 나오고 써어비스로 파래전도 주셨다. 무슨 날인가 싶었지.

오늘 후식은 어디서 먹을지 고민하며 음식점을 나왔는데 맞은 편에서 태형이 같은 사람이 까만 롱패딩을 입은 사람과 함께 걸어오는 거다. 그래서 깨발랄하게 옆에 있던 P씨에게 '뭐야, 뭔 태형이 같은 사람이 걸어오고 있어요. 아하하하하-' 했지. 그렇게 조금씩 거리가 좁혀졌고 P씨가 손바닥으로 광대를 가리며 작게 소리쳤다. '태형이야!'

입틀막. 소리도 못 내고 손바닥으로 입을 틀어 막고는 내적 비명을 질렀다. 그 자리에서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는 거다. 아니 생각보다 키도 크고 체격도 있고 그 자그마한 얼굴에 눈코입이 자기 주장을 너무도 강하게 하고 있는 거지. 아니 그것이 사람의 코인가요? 엉엉.

태형이가 주차장 쪽으로 사라지고 나자 내게 P씨가 내 주변만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고 했다. 암. 그럼. 암요. 엉엉. 태형아. 봄 날씨 같았던 어느 겨울날 형광 연두색 와조스키 슬리퍼를 신고 있던 모지리 누나를 떠올리며 웃어주겠니?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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