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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OG

전주 이후 영주

KNACKHEE 2018. 3. 2. 21:42


대학교를 졸업하고 한창 우울해 있을 때 전주로 L언니를 만나러 갔다. 언니는 붕 뜬 상태에 있는 내게 괜찮다고, 지금의 여유를 즐기라고 말해줬다. 그때는 그 말이 크게 와닿지 않았지만 해가 쌓이며 그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리고 4년이 흘렀다. 그 사이 나는 언니에게 무수히 많은 경주 여행을 남발했고 한 번도 지키지 못했다. 그러다 결국 샌드위치 휴일에 영주에서 만나게 됐다. 4년 전에도, 지금도. 정월대보름이었다.



한참 자다 깨서 지금쯤 휴게소에 들러 주셔야 하는데 왜 안 가지? 기사님께 말씀드려 봐야 하나? 하고 고민하던 차에 기사님께서 휴게소에 차를 주차하셨고 내게 주어진 시간은 10분이었다. 빠르게 화장실에 갔다가 던킨에 갔는데 바로 보여야 할 컵이 안 보이는 거다. 혹시 캐릭터 컵은 없나요? 혹시 라떼도 되나요?를 거쳐 컵 선택의 순간에 다다랐다. 부가 덕력이 부족해 애들이랑 캐릭터 매칭이 완벽하지 않은 상태였고 덕분에 슈키 대신 RJ와 영주에 내려가게 됐다. 저 영롱한 주황색에 뭔가 홀렸던 것 같기도 하다.





언니는 예나 지금이나 맑고 친절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부석사는 군데군데 소소한 즐거움이 있는 곳이었고 생각지 못하게 숨이 찬 곳이었다. 언니가 세 번째 부석사지만 이렇게 조용한 부석사는 처음,이라고 했을 만큼 사람이 없었고 날이 좋았다. 간만의 청량한 호흡에 한껏 마음이 밝아졌다.



헤어지며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사이라는 게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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