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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생활 17 본문
비가 온다더니. 우산 한 번 못 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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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 번째 뜨거운 생활은 민지의 이사한 집에서 이뤄졌다. 마음의 코끼리와 기수에 대해 내내 이야기했다. 도덕 심리학자가 집필한『바른 마음』은 인간의 도덕성을 여러 실험 결과를 통해 보여주며 코끼리-기수 비유를 독자에게 이해시키려 했고 이를 바탕으로 인간 사회에서 이뤄지는 정치/종교적 행위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동서양의 여러 철학자들의 이론도 끌고 왔는데 고등학교 때 즐겁게 열심히 공부했던 윤리와 사상의 내용을 복기해 볼 수 있었다. 쓸모가 있네.
나의 코끼리는 종교의 영향을 다분히 받았다. 내가 어떤 자의식을 갖고 사고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기독교적 사고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부분이었다. 대학교 초반까지만 해도 이 코끼리는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고 나의 기수는 타인에게 이를 설득하는 것에 골몰했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 다르다. 여전히 코끼리를 이루는 것은 같지만 코끼리에 입혀진 색은 다시 칠해야 할 것 같다. 상황의 개입 여지가 있는 부분들을 흑백논리로만 따져서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다면, 그럼에도 코끼리를 지키기 위해 기수는 최선을 다해 방어해야 하는가? 방어를 해야 하지만 그 방향이라던지 방법에 있어서는 재고의 여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