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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애들이 찬란한 무대에서 공연함

KNACKHEE 2023. 3. 25. 21:28

다음 달 이사를 앞두고 있어서 어제의 운동이 2019년부터 다니던 필라테스 학원에서의 마지막 운동이었다. 마지막 운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문득, C사에서 겪은 그 여자의 만행에 대해서 뿐 아니라 그곳에서 Y언니와 H를 떠나 보냈던 순간에 대해서도 감정을 정리해봐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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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애들이 찬란한 무대에서 공연함. 정말 시각적으로 고자극이었다. 무대마다 영상/미디어 아트가 눈이 부셔서 올린 티켓값의 근거인가, 싶었다. 앞서 방탄의 무대들이 하이브의 기술력 발표장 같은 느낌이었다면 투바투의 무대는 견고해진 기술력을 바탕으로 무대가 어디까지 아름다워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느낌이다. 그리고 이런 무대미술은 객석과 같이 뛰어노는 무대보다 보여주는 무대에 강점이 있는 투바투 곡들에 찰떡.
콘서트 첫 곡인 553과 앵콜 첫 곡이었던 네버랜드를 떠나며에서는 각각 숲에서 은은하게 풍기는 꽃 향과 포근하면서도 시원한 향이 났다. 향 마케팅에 그걸 시각화한 무대미술까지 더해지니까 이거 룸스프레이로 내주려나, 살 수 있나, 하고 돈 쓸 생각부터 하게 되더라고. 네버랜드를 떠나며 후반부에 휘몰아친 안무는 정말 너무 아름다웠고 최초 공개 곡인 Blue Spring은 정말 덧붙일 말이 없게 완벽했다. 당장 내놔 음원 ㅠㅠㅠㅠㅠㅠㅠ 이 곡의 최초 공개 무대를 보다니. 진짜 행운이었다. 연준 버전의 Happy fools 챌린지 안무(라고 쓰고 율동이라고 읽는) 배워서 따라할 때는 수련회에서 율동 배워서 따라하던 게 생각나기도 했다.
연준은 이곳(체조경기장)이 꿈의 무대였다며 엔딩 멘트를 하며 울었다. 누군가의 꿈이 이루어진 순간에 함께한다는 건 좀 묘한 기분이었다. 나의 꿈이 이뤄졌던 순간들과 그 장면에 함께 있던 얼굴들을 떠올려 보게 되기도 했다. 무대에서는 왜인지 범규가 가장 눈에 띄었다.
투바투는 하나부터 열까지 잘 만들어진 느낌이다. 무대미술과 VCR을 보면서 이 팀이 마법 세계관에 정말 진심이라는 것도 다시 한번 체감했다. 방탄의 세계관이 본체들을 중심으로 하는 느낌이 강하다면 여기는 마블 세계관 같은 별개의 스토리. 그렇다면 이들에게는 더더욱 대중적 히트곡이 필요하지 않다. 얼마 전 4세대 보이그룹에게는 대중적 히트곡이 없고 철저한 세계관 위주라 자기들끼리의 리그만으로 영위하고 있다는 걸 문제로 지적한 글을 봤다. 그런데 이들의 지향이 1차적으로 세계관의 완성이라면 대중적 히트곡은 필요하지 않은 걸지도 모른다. 이 세계관을 기꺼이 탐색하고 소비할 코어팬덤으로도 충분할 테니까. 물론 확장성의 한계는 있겠지만 어차피 돈과 마음과 시간을 아끼지 않는 건 대중이 아니라 덕후다. 쓰고 보니 새삼 진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네.
나는 이 그룹을 정말 좋아하는데 방탄과 같은 뭔가 애틋한 감정은 없다. 이 그룹에는 스토리는 있지만 서사는 없는 그런 느낌이다. 둘의 가장 큰 차이점은 당위성과 인과관계에 있고.

 

 

금니를 깨고 다시 씌우는 작업을 시작했다. 내내 오래되어서 안이 썩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느꼈기에 막상 열었을 때 상태가 괜찮았음에도 후회가 되지는 않았다. 엄마는 괜히 열어서 이만 더 깎았다며 어떤 징조가 있었느냐 물었다. 아니라고 하니 굉장히 손해인 행동을 했다는 식으로 말하기에 내 기분이 더는 불안하지 않아서 좋다고 답했다. 그랬더니 엄마는 기분이나 느낌은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나는 조금 발끈해서 기분은 무척 중요한 거라고, 이 행위를 했기에 이 이에 대해 당분간은 신경쓰고 생각하는 데 시간을 쓰지 않을 수 있게 된 거라고 말했다. 그런데 정말, 기분은 중요하다.

 

 

귀여워서 찍어두고 찾아보니 어떤 이의 프로젝트였다.

 

 

신발은 볼수록 예쁘고 고양이는 어디에 숨어 있어도 너무 귀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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