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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 Bossanova,
소정이 아니었으면 굳이 영화관까지 가서 보지 않았을 류의 영화를 봤다. 영화는 길었고 지루했고 밋밋했다. 가끔 울리는 총소리에만 놀라게 될 뿐이었다. 그럼에도 두시간 반 내내 화면을 가득 채웠던 강동원은 황홀했고 종종 던지는, 시니컬함으로 위장한 유머러스한 대사들이 소소한 재미를 줬다. 소정과는 오꼬노미야끼를 먹고 하얀 생크림에서까지 딸기우유맛이 나는 도레도레의 딸기케이크를 먹고 구이고기를 먹었다. 고기에 곁들였던 샹그리아 덕분에 조금 취하기도 했다. 이로써 나는 술을 못 하는 것 같다,는 결론을 스스로 내렸다. 방문했던 두 곳의 코인 노래방은 모두 만실이어서 우리는 아쉬운 안녕을 나누고 각자의 집에 갔다. 꽉 찬 크리스마스 이브. 소정은 나 너 좋아, 하고 말하는 내게 자신이 왜 좋은지 물었고 나는 네..
나의 단어는 허공에 흩뿌려지고 마음 역시 길을 잃는다. 모든 것이 권태롭고 공허하며 지난하다. 회사는 위태롭고 다시 0으로 돌아갈 걸 생각하면 짜증이 솟구친다. 내가 몸을 사렸기 때문에 매번 고만고만한 델 들어가서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도 짜증이 난다. 졸업하고 2년을 바지런히 출퇴근을 했지만 조각난 경력은 미진하고 통장 잔고는 1도 없다. 나의 잘못으로 시발된 일이지만 사과를 받아줄 마음이 없는 상대에게 매달리는 건 그만 할 거다. 죽을 죄를 진 것도 아닌데. 그냥 여기까지인 거고 사실 이 역시 내가 애써 잡지 않았으면 이미 공중분해됐을 관계고. 나날이 인간관계가 좁아지고 마음을 나눌 사람이 줄어든다는 건 속상한 일이지만 혼자 메아리 치는 것도 그 못지 않게 속상한 일이다. 다 권태롭다. 일전에 ..
(*사진 협찬 ; 엘님) 토마토 파스타에 치킨이 들어간 음식을 함께 먹었다. 양이 적은 듯해 아쉬웠지만 맛있었다. 엘님이 주신 멜론 젤리는 올해 먹은 젤리 중에 1등이었다. 나는 너무 신이 났다. 선배의 이야기를 했더니 엘님은 결혼해서 애를 10명 낳았으면 좋겠다!고 하시며 축복이야!라고 덧붙였다. 그럼, 그럼. 축복이지. 스벅에서 먹은 카스테라 속 크림에선 탈지분유맛이 났다. 꿀맛. 애써 많이 노력하지 않아도 애써 자주 보려 하지 않아도 잔잔하고 다정하게 유지되는 관계가 있다. 기쁘다.
고백하자면, 1도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다. 심지어는 어차피 안 될 거, 하지 말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래도 팬클럽 선예매니까 있는 기회에 도전이나 하자, 하는 마음이었다. G는 PC방까지 갔지만 나는 퇴근하는 고속도로 위 버스 안이었다. 로그인한 창을 내려두고 웹툰을 보다가 오픈 시각에서 2분이 지나서야 헐레벌떡 창을 전환했다. 로그인까지 풀려버리는 바람에 다시 로그인하는 데만(벌써 접속 트레픽이 터져 모든 과정이 정말 느렸다) 2~3분이 걸렸다. 처음엔 스탠딩 바로 뒷 좌석을 선택했는데 이미 만석. 그런데 심지어 이게 되고 있는 건지 안 되고 있는 건지 몰라서 아무 데나 눌러서 어찌저찌 좌석 선택 화면으로 넘어갔는데 빈 좌석이 몇 개나 있는 거다. 이때부터 심장이 폭발할 것 같았다. 적당한 좌석을..
* 가은찡을 만나 맛있는 걸 먹으며 즐거운 작당을 구체적으로 했다. * 앞머리를 더는 참을 수 없어서 전체적으로 좀 다듬기도 할 겸 겸사겸사 미용실에 갔다. 원래 머리를 맡기던 하니 씨를 닮은 언니에게 커트를 하고 싶다고 했더니 예약 손님이 있어서 한 시간은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나는 그렇게는 할 수 없으니 다른 분에게 내 머리를 맡기겠다고 했다. 뭔가 야무지고 출중한 아우라가 느껴지는 헤어 디자이너님이 내 머리를 맡아주셨다. 머리를 막 쳐주시다가 다른 건 몰라도 디자인 염색은 강추라고 했다. 염색은 늘 하고 싶은 거라 침착하게 얼마냐고 물었더니 예약을 안 했지만 예약 DC도 해주겠다며 가격을 말해주셨다. 거기에 /애쉬로 하면 좋을 것 같아-/ 라는 말을 덧붙이셔서 나는 바로 넘어갔다. /오- 저 하고..
나는 분명히 진심으로 말했다. 나는 영어를 지이이인짜 못하니까 나랑 만나면 당신은 정말 지루할 거라고. 그는 괜찮다고 했고 결국 만나서 밥을 먹게 됐다. 만나자마자 나는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나는 지금 정말 긴장하고 있다고. 영어를 진짜, 테러블하게 못한다고. - 괜찮을 거야. 그리고 연습하면 더 잘하게 될 거야. 흠. - 일본 음식은 좋아하면서 스시는 왜 안 좋아하는 거야? 어,... 그건 익지 않아서. - 아, 날거라서? 응응, 맞아! 아 맞다. 그리고 이거. 주려고 가져왔어.(저번에 자기 추운 거 너무 싫다고 빨리 3월 됐으면 좋겠다고 했던 게 생각나서 뜨거운 생활 핫팩 두 개 챙겨옴) - 진짜? 와. 진짜 고마워. 뜯어서 붙이면 돼? 아니, 뜯어서 흔들고 주머니에 넣으면 돼. - 아 그렇구나. ..
* 한 클라이언트사 회장님의 사모님과 미팅이 있어서 도곡동 타워팰리스에 갔다. 디자이너님과 나는 첫 타워팰리스 방문에 들떠 있었다. 사모님은 정이 많고 수다스럽고 자신의 내조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분이셨다. 그녀는 끊임없이 세종대왕에서 이승만으로 이어지는 이씨 가문에 대해 자랑했고 남편의 회사에 처음 노조가 생겼을 때 자신이 그걸 어떻게 막아냈는지 자랑스레 이야기했다. 집안은 온통 자신들의 업적을 기리는 기념비와 사진들로 가득했는데 심지어 얼마 전에 홀인원 한 것을 기념해 만들어 놓은 상패도 있었다. 그곳을 나오며 돈이 아무리 많아도 이런 집에서는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귀신스럽고 공간 자체로 시끄러운 곳이었다. * KM과의 거래가 끝났다. 정확히는 그 중간에 끼어 있으면서 중간자 역할을 뭣같이 했던..
★마태복음 01장 18절-25절 "의로운 사람, 요셉" _ 김기석 목사님 마음의 고요함이란 단견을 갖고 살게 하는 것들에 머물러 있는 우리의 시선을 차단했을 때 얻을 수 있다. 이를 테면 생존 같은 것들. 물론 생존을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생존 너머의 더 먼 곳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코앞의 생존에서 조금만 떨어져서 상황을 바라보면 현실의 무게에 짓눌려 넘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오늘 본문에는 /낳고, 낳고, 낳고-/가 반복해서 나온다. 사실 이 족보는 의도적으로 3대를 생략해 완전함을 나타내는 수 14에 맞췄기 때문에 아주 정확하지는 않다. 혹자는 이를 두고 성경의 미심쩍음을 주장하지만 이는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이 완벽한 하나님의 계획 안에서 이뤄진 것임을 거듭 강조하기 위한 것일 뿐 잘못..
* 목표는 신비한 동물 사전을 조조로 보고 바로 이어서 라라랜드를 보는 것이었다. 그러고 나서 점심을 먹는 완벽한 계획. 하지만 눈을 뜨니 아홉 시. 나를 너무 과대평가했다. 그래도 아홉 시면 선방했다 싶어 부지런히 씻고 집을 나섰다. 모닝 라테(나에게는)와 함께 본 신동사는 샷을 하나만 넣은 라테 만큼이나 밋밋했지만 에디의 얼굴과 너드미가 모든 걸 상쇄했다. 텀을 줄이기 위해 라라랜드는 아이맥스로 봤다. 아이맥스는 처음이라 예매하면서 매표소 직원에게 가격 말고 다른 게 뭐냐며 너무 입체적이진 않으냐며 꼬치꼬치 캐묻고도 불안한 마음이었다. 하지만 이게 신의 한 수였다. 이왕이면 라라랜드는 다음에도 아이맥스로 보는 걸로. 오랜만에 어떤 스토리 때문이 아니라 직관적으로 다가오는 아름다움 그 자체 때문에 울고..
* 차가운 물 속에서 아이를 잃은 분들이 삶과 희망을 노래했다, 함께. 그분들은 자신들이 팽목항에서 깨달은 /정부 없음/을 온 국민이 알게 되는 데 천 일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며 개탄했다. 매주 생활로 무뎌진 마음을 일깨우는 말씀을 들을 수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교회 근처에 맛있는 크레페가 있다는 것도. 헤헤. * 최근에 콘텐츠 속 /입체적 인물/에 대해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 단조롭다고 느낀 것들은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인물들이 하나의 면밖에 갖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론으로는 알고 있던 건데 이렇게 구체적인 무언가로 느끼고 생각하게 된 건 처음이다. 오래 걸렸다. 틀을 깨 나가고 있는 건가 싶어 조금 기쁘기도 했다.
* 건물 전체가 갑자기 정전이 되는 바람에 세 시에 이른 퇴근을 하게 됐다. 디자이너님이랑 헤일리스 카페에서 2-5시에만 한정 판매하는 2롱고&디저트 세트를 먹으며 좋은 책은 어쨌든 사람들이 알아봐주는 것 같다는 얘길 나눴다. 세 시 반쯤 되자 디자이너님 코트가 무지개로 물들었다. 무지개는 점점 내 쪽으로 자리를 옮겨 오더니 네 시쯤 되자 모습을 감췄다. * 약속 장소인 디큐브시티에 일찍 도착한 덕분에 크리스마스 카드를 구경했다. 두어 개는 사기도 했다. 크리스마스 카드가 늘어선 곳에서 나는 너무 신명나서 슬쩍 흥 난 몸짓을 해보이기도 했다. 책은 오전에 잔뜩 주문했으니 눈길도 주지 않고 바로 핫트렉스로 가서 센세에게 줄 /이런 손길은 네가 처음이야/ 펜을 사고, K이 갖고 싶어 했으나 판매처가 묘연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