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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DAILY LOG (1175)
Write Bossanova,
나는 지윤을 잘 모른다. 이날 만나서 대화를 하면서도 두어 번 어떤 말을 하기 전에 /나는 너를 잘 모르지만/을 수식으로 썼다. 나는 지윤을 잘 모르지만 지윤은 자신의 일을 차분히, 잘, 알아서 성실히 해 나가서 어느 공동체에서든 챙김을 받기보단 챙겨야 하는 위치에 있었을 것 같았다. 나는 지윤을 잘 모르지만 나는 지윤이 좀 좋다. 함께 준비했던 일곱 명 중에서 지윤은 가장 성실하게 기도 편지를 보냈고 다녀온 후에도 유일하게 만나자는 연락을 해 왔다. 나는 그게 못내 고마웠다. 지윤은 내게 애틀랜타에 가지 못하게 된 이후의 삶을 물어왔다. 나는 솔직히 처음엔 실패자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알고 있었다. 수령이 있는 우리나라 북단과 가장 흥했다가 가장 무너진 유럽, 그 외엔 마음이 동하는..
* 아침의 대기는 분홍색이었다. 요즘들어 출퇴근 시간이 길다는 게 다시 괴롭다. 이 괴로움은 한동안 잠잠했다가 또 한동한 격렬해졌다가. 늘 반복되는 감정. 나도 아침을 갖고 싶다. * 어제 버스 기사 아저씨가 급정거를 하는 바람에 무게를 실어 오른쪽 새끼손가락을 앞 좌석에 찧었다. 좌석에 끼어 있던 새카만 세월의 때가 손가락에 옮겨 와 좀체 지워지지 않았다. 자고 일어나니 손가락을 굽힐 때마다 이물감이 심했고 다 굽혀지지도 않았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다쳐서 깁스를 하기도 했던 부위라서 괜히 더 걱정이 됐다. 회사 근처 정형외과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었다. 흰 뼈가 출력된 필름을 보며 난데없이 /손이 예쁘다/고 생각했다. 뼈에는 문제가 없었다. 병원의 모든 것이 낡고 예스러웠다. 오랜 기간 그 자리에 앉..
장동윤 씨 제 예쁜이들 폴더에 입주하십니다- 너무 신인이라 사진 자료가 많지 않다는 게 함정이다 ㅠㅠ 심지어 이건 너무 사진이 없어서 볼빨간 사춘기 뮤비를 내가 캡처한 거다. 남이 캡처한 걸 갖느니 내가 하고 말지, 흙흙. 진기+헨리+이제훈 씨 느낌. 공부도 잘하고 기지도 있고 ㅜㅜㅜ 드디어 제 이상형을 찾았습니다?!ㅠㅠㅠㅋㅋㅋㅋ 솔로몬의 위증에서는 또 그렇게 참할 수가 없다 ㅠㅠㅠ 정말이지 현망진창,
(사진 협찬 : 소연찡) 티켓팅은 생각보다 치열했다. 한 달 전에 겨우 두 자리가 남아 있었고 그마저도 따로 떨어진 2층이었다. 소연찡은 2층 왼쪽에 나는 2층 오른쪽에 자리를 잡았다. 가기 전에 박정민 씨의 산문집을 다 읽고 가야지, 싶었으나 실패했다. 한 달이 넘게 방치해 두고 있는 것 같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자꾸만 뒤로 밀린다. 선뜻 집어들지 못했던 이유는 다 읽고 나면 알 수 있겠지. 여하튼 연극을 봤다. 조금 졸렸고 후반부엔 배우들이 내내 울어서 같이 진이 빠졌다. 원작을 열심히 읽은 사람은 활자들이 사람의 말로 변한 게 꽤나 흥미로운 것 같았다. 나는 그러지 못해 애석했다. 옆에 앉아 계셨던 중년의 아저씨는 눈물을 훔치셨고 나는 내가 너무도 무감한 인간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박정민 씨가 생..
* 조금 이른 퇴근을 하게 돼서 무척 신이 난 나는 주안으로 가 교묘하게 거짓인 명함 사진과 면허용 사진을 찍었다. 이 사진 괜찮은 걸까, 이렇게 거짓된 인생을 살아도 되나, 하는 심란한 마음으로 두 가지의 사진을 주머니에 넣고 구월동으로 넘어가 엄마의 파운데이션을 사고 며칠을 고민하던 눈 영양제를 사고 영화 시작까지 한 시간이나 남아서 저녁으로 쟈니로켓에서 햄버거를 촵촵 야무지게 먹었다. 그러고 보니 어제도 저녁으로 햄버거를 먹었다. 맘스터치에서 화이트 갈릭으로다가. 영화관으로 넘어가는 길에 바지런히 교보에 들러 컨셉진과 인문예술잡지F를 사고 영화관 안에 있는 투썸은 어떤 커피든 맛이 없었지, 하는 강렬한 기억들을 되새기며 도레도레에서 따땃한 더치라떼 구매까지 완료했다. * 여자는 고단했다. 남자애는 ..
퇴근즈음, 디자이너님이 종이를 건네셨다. 종이엔 남편이 이쪽으로 와서 저녁을 먹을 건데 괜찮으면 같이 먹겠느냔 문장이 적혀 있었다. 안 그래도 집에 뭐가 없어서 그냥 혼자 송도 가서 파스타나 먹고 갈까, 하던 차였는데 저녁을 같이 먹자고 해 주시니 나는 신이 나서 고개를 끄덕였다. 디자이너님 남편분은 사진으로 본 것보다 어려보이셨고 섬세했으며 나긋나긋하셨다. 원래 정해져 있던 메뉴인 쭈꾸미를 먹고 두 분은 내게 2차 치킨,을 제안하셨다. 쭈꾸미와 치킨을 한 끼에 먹다니! 신세계를 경험했다. 아직 2년차 부부이긴 하지만 두 분은 상상 이상으로 알콩달콩했다. 보고 있는 내가 다 흐뭇. 꼭 연애 하는 것 같았다. 저런 모습의 결혼 생활이라면 나도 좀 결혼이란 걸 하고 싶다, 란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 오랜만에..
B ; 현재형으로. H ; 나야? 원래 서로 말해주는 거였잖아. 너는 이랬으면 좋겠어~ 이렇게. B ; 일단 자기부터 듣고 그 다음에 덕담. 녹취야? 지금 하는 거야? H ; 불 들어왔다. 너부터 얘기해! B ; 나는 2017년 연말에 2년차가 되어 있습니다. 그치? 1년차고 이제 2년차 되는 거지. 햇수로 따지면. 어쨌든 1년을 버텼습니다. 저는 SS화재 서비스에 직원이 되어 있습니다. 혹은 이직을 했겠다. 그런데 나는 목표는 버티는 거, 1년 버티는 거. 1년 전에 안 관둘 거야. H ; 나는 1년 동안 열심히 영어 공부를 해서 2017년 연말에는 해외에 나갈 준비를 어느 정도 해서 이력서를 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B ; 음. 좋다. J ; 나는 지금 준비하고 있는 잡지 2개를 최소한 한 호씩은 ..
예전에는 내가 함께하지 못했던 시간들이 안타깝고 아쉬웠다. 그리고 그 시간들을 다른 방식으로 채워보려 노력하다 넘어지고 또 넘어졌다. 지금은 안 그런다. 어쩔 수 없었던 시간들은 어쩔 수 없었던 것이니까. 라라랜드에서 세바스찬의 말이 더 좋았던 이유다. "흐르는 대로 가 보자." 그냥 둘 거다. 이젠 별로 아쉽지도 않다. 다이어리를 바꾸며 옮겨 적는 생일들이 매년 적어진다. 이 역시 그냥 둘 거다.
지난 겨울에 만났던 노랭이를 이번 겨울에 만났다. 일 년여 만에 다시 찾은 어r반의 주인오빠는 여전히 잘생김이 뚝뚝 떨어졌다. 주문하는 동안 태연한 척 하느라 혼났다. 오대오 머리를 하고 살이 더 빠진 주인오빠는 병약한 미소년 이미지의 변요한 씨를 닮아 있었다. 그런데 또 사진으로 보면 이동욱 씨도 닮았다. 여하튼. 노랭이는 무화과파이와 싸이먼을 준비하고 주소를 알려주는 걸로. 그리고 우리는 예술의 범주에 포함되는 모든 것들은 /삶/에 대해 이야기 할 수밖에 없다고, 그래야만 하지 않겠느냐는 결론에 다다랐다. 당연한 이야기이면서도 당연하지 않은 이야기라 이것에 대해 오래오래 이야기를 나눴다.
* 조금 일찍 도착했는데 사무실에 있고 싶진 않아서 애플크럼블을 먹으러 좋아하는 카페에 갔다. 애석하게도 오늘은 애플크럼블이 없어서 언니의 추천대로 당근케이크. * DS 신입사원 취재 일정으로 남산 트래킹이 잡혀 있었다. 비가 와서 다른 것으로 대체가 되진 않을까, 하고 조금 기대했으나 얄짤없었다. 우산을 들고 산을 올랐다. 산책길 정도로 만만하게 생각했는데 내가 틀렸다. 내려올 때는 다리가 후들거렸다. 남산 트래킹을 하는 신입사원 인원이 열 명이라기에 팀별로 움직이는 건가 했는데 그게 상반기 신입사원의 전부라고 했다. 그중 여자는 둘뿐이었고 그중 한 명은 25살, 나머지 한 명은 한국어보다 영어가 더 편한 27살이었다. 심지어 남자애들은 대체로 27살이었고 간혹 25인데 빠른이라 나랑 동갑인 애가 있었..
Holy Jolly Chirstmas★ +) ★요한복음 10장 07절-11절 "선하신 목자" _ 김기석 목사님 그리스도인은 빛의 세상을 믿고 기대함으로써 세상의 절망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다. 구원은 짙은 어둠 속 새벽 미명, 굳은 땅을 뚫고 자라나는 여린 새싹 등과 같이 표현되는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온다. 우리는 여기서 쉽게 아기 예수를 연상할 수 있다. 세상에는 불행이 많지만 희망의 조짐도 있다. 벽을 너머 이것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문제가 빨리 해결되길기만을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참는 힘과 인내가 없어 우울증이 오고 앞이 보이지 않아 영웅을 기대한다. 사회학자 엄기호는 이를 두고 "우리는 광장의 조증과 삶의 울증을 반복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광장에 가면 당장 뭔가 바뀔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