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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

KNACKHEE 2016. 7. 29.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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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을 빙자한 대표님의 술술술-이었는데, 본인이 술을 좋아하면서도 직원들에게 강요를 하는 건 아니어서 한 시름 놨다. 양꼬치를 먹고 데친 꼬막을 먹고 노릇노릇한 감자전을 먹었다. K기자님이 술이 오른 대표님을 커버하면서 나를 일찍 귀가시키기 위해 애를 쓰셨다. 느지막이 대표님의 지인이 회식자리에 합류하셨는데, 나의 학교 선배이자 과 선배라고 하셨다. 95학번이라니. 그분은 이래서 학연지연 하나보다며 반가워하셨고, 내 귀가를 독촉하는 K기자님과 합세해 우리 후배를 어서 집에 보내라고 한 마디 거들어 주셨다. 덕분에 자정 전에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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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는 버스를 기다리다 편의점에 춰컬릿을 사러 들어갔다. 미쿡인이 계산을 하고 있었는데, 한국말을 무척 잘 했다. 중년의 편의점 아저씨는 어디서 왔냐, 한국엔 얼마나 살았냐, 한국말을 어쩜 그렇게 잘 하냐, 한국 살 만 하냐 등등의 질문을 해댔다. 그런데 그 미쿡인이 나가자마자 표정을 싹 바꾸면서 어우- 재수없어, 하는 게 아닌가. 내가 놀라서 쳐다보자 대머리들이 히죽히죽 웃으면서 말하면 징그럽다. 저렇게 대머리에 수염 기르는 애들은 다 게/이 아니냐, 며 근본 없는 말을 해댔다. 경악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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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기업이라 아무 기대 없이 지원했던 곳에서 연락이 왔다. 겨우 서류 관련한 것이었지만, 지금의 것을 놓고 새로 들어 온 물에 더 힘차게 노를 저어 보아야 하는 게 좋을지 지금의 것을 붙잡고 제대로 해내야 하는 게 좋을지 조금 심란해졌다. 하지만 결정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곳에서 잘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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