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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OG

밤과 별의 노래

KNACKHEE 2016. 8. 12.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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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기의 목소리가 겹쳐지는 순간 버스 안에서 속으로 탄성을 내뱉었다. 아. 모든 생각을 멈추고 노래에 집중할 수밖에 없게 하는 목소리. 진기는 꼭 음 하나하나를 꼭꼭 밀어서 내는 느낌이다. 스엠은 왜 우리 진기 솔로 안 내주지요? 목소리가 이렇게나 좋은데? 엉엉. 하나 내 주라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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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레 하루의 휴가가 생겨서 오전엔 기사 정리를 좀 하고 오후엔 급 K씨를 만났다. K씨는 오늘 리무버를 살 거라며 블랙 아이라이너로 점막까지 착실히 채우고 나왔다. 영화를 볼까 했으나 차선의 것밖에 선택지가 남아 있지 않아서 커피한약방으로 발길을 돌렸다. B가 소개해 준 이후로 K씨와도 꼭 같이 오고 싶다고 생각했던 곳이다. 둘 다 더워더워더워 하며 1인 1컵빙수를 주문했는데, 흑임자 빙수인 듯한 빙수의 얼음(이라고 하기엔 얼음이 아니고 눈꽃 빙수 같은 느낌의 것이었다)이 쫀득쫀득해 먹는 내내 신기해했다.


위경련으로 투병생활을 한 지난 일주일 동안 거의 죽만 먹었다며 파스타가 먹고 싶다는 K씨의 의견을 수용해 근처 파스타집을 찾았다. 대체로 가격이 쎄서 가격이 적당하면서 이동 거리도 짧은 곳을 찾느라 시간이 좀 걸렸다. 결국 찾은 곳은 카페 골목을 나와 바로 맞은 편에 있는 곳. 밤이 되면 카페 안의 깡통 오브제들이 살아서 움직일 것만 같은 인테리어의 레스토랑이었다. K씨는 오늘 방문한 두 곳 모두 인테리어가 자신의 취향이라며 마음에 들어 했다.


에 별똥별이 내린대서 K씨는 동생과 불광천으로 별똥별을 보러 갈 거라고 했다. 관심 없는 척 했지만, 내심 마음에 담아 두고 집에 돌아 와 열시즈음 집을 나서서 목이 꺾어져라 하늘을 쳐다봤지만 모기만 잔뜩 물렸다. 우리 진기의 새 노래를 들으면서 별똥별을 보고 싶었는데. 심지어 노래 제목도 밤과 별의 노래, 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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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미숫가루를 타 주신다기에 /그럼 나는 얼음도 넣을래!/ 했더니 엄마가 /얼음 얼려놨어?/ 하고 물으셨다. 나는 얼린 기억이 없지만 그래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 /아마 있지 않을까-/ 하면서 얼음칸을 확인했더니 얼음이 있었다. 신이 나서 /얼음 있어!/ 하니 엄마가 어이없다는 듯이 웃으시면서 /그거 내가 얼린 것 같은데. 얼리긴 내가 얼리고 먹는 건 네가 먹냐!/ 하셨다. 그래서 나는 사뭇 진지한 목소리로 /원래 인생이란 그런 거지./ 했다. 그렇지. 그런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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