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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OG

UE8

KNACKHEE 2016. 11. 27. 17:55

 

연이은 주말 외출과 대자연이 찾아오는 바람에 올해는 그냥 건너 뛸까, 도 생각했지만 인스타에서 딴짓의 세상 작가님에게 사인을 받으러 가겠다고 단 댓글을 공수표로 만들 수는 없어 예배를 마치고 꾸역꾸역 UE8에 갔다. 예보에도 없던 비가 흩날리는 바람에 역에서부터 일민미술관까지 걸어가면서 한숨을 열 번은 쉰 것 같다. 그래도 행사장에 들어서는 순간 오길 잘 했구나, 싶어서 입꼬리가 올라갔다.

 

1층을 건성건성 살펴보곤 목표 부스가 있는 2층으로 돌격했다. 부스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서성서성이다가 사람이 갑자기 빠진 틈을 타 가까이 진격했다. 새로운 것이 보여서 만지작거리고 있으니 작가님이 그것의 용도를 설명해주셨다. 나는 얌전히 설명을 듣다가 /사실-/ 하고 운을 떼곤 가방에서 작가님의 아이슬란드 여행기를 꺼냈다. /아이슬란드 책에 사인을 받으러 왔어요!/ 하자 작가님이 /인스타랑 블로그에 댓글 달아주신 분이죠!/ 하고 알아봐 주셔서 나는 그때부터 겁나 떨렸다. 애써 태연한 얼굴로(하지만 나는 내 얼굴이 터질듯 빨개져 있었을 거라는 걸 안다) /네!/ 하며 책을 내밀었다. 그러면서 스스로도 웃겨서 /저 너무 덕후같죠 ㅠㅠ/ 하고 답정너 같은 말을 했더니 착한 작가님은 /아니에요!/ 하며 To. 다음에 뭐라고 적어 줄지를 물었다. 나는 그냥 내 이름을 말했는데 발음이 부정확했던 탓인지 내 이름이 어려운 탓인지 작가님께서 알아듣는 데 한참 애를 먹었다. 결국 작가님께서 자기 손바닥에 내 이름을 받아적으며 이게 맞으냐고 묻기까지 하셨다. 치, 친절해! 작가님은 사인을 해 주시면서도 /아니, 제가 뭐라고/를 연발하셨다. 심지어 두 손을 꼭 모으고 /제가 사람 얼굴을 잘 기억 못 하는데, 다음에 만나뵀을 땐 꼭 먼저 인사할 수 있도록 할게요/라고 하시기도 했다. 으아- 귀여워! 심쿵. 나는 작가님 앞에서 한 마리 위험한 덕후였다. 부스에서 뭔가를 사고 싶었는데 이미 다 갖고 있는 것들이라서(녹색광선은 텀블벅 후원을 해서 곧 받을 예정이었다) 핸드폰 뒤에 붙이는 스티커만 두 장 샀다. 부스에 같이 계시던 여성분과 작가님께 뜨거운 생활 핫팩을 하나씩 드리고 /같이 사진찍어 드릴까요?/ 하고 묻는 여성분께 아우, 괜찮다고 손사래를 치고는 후들거리는 다리로 부스에서 돌아섰다. 즐거운 팬 미팅이었다. 소연찡이 추천했던 영화 속 여성 캐릭터를 다루는 잡지 SECOND와 애초에 목적했던 Achim 최신호를 사고(창간호도 함께 사고 싶었지만 나에겐 현금이 없었다고 한다) 1층에 도착했다는 소연찡을 만나러 내려갔다. 함께 보니 그냥 지나쳤던 1층이 무척 즐거워졌다. 사실 처음부터 눈에 밟혔지만 애써 모른척했던 MINUSIGUE 부스의 크리스마스 카드도 결국 구매했다. 카드에 그려진 캐릭터가 진짜 귀엽다. 이걸 사곤 너무 신나서 자꾸 자꾸 쳐다보곤 웃었다. 소연찡이 그렇게 좋으면 이름이라도 붙여주라기에 '몽달'이라고 이름 붙였다. 그리고 결국 소소문구 부스에서 NOVODUCE 작가님과 컬래버레이션한 엽서 두 세트를 카드로 결제했다.

 

고단하다는 감정이 압도적이었던 작년 언리미티드 에디션과 달리 이번엔 /즐겁다/는 감정이 지배적이었다. 여기 저기 관심이 많았던 소연찡과 함께해서 더 그랬을 테다. 다만 월초에 월급을 받는 내게 월말에 이 행사가 있다는 건 너무 잔인한 일이었다. 인스타로 구독하던 /가끔 달을 찍습니다/ 단행본도 구입하고 싶었는데. 온라인 판매를 노려야지 싶었다. 그리고 올해는 작년보다 더, 나도 이런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두어 개 정도 벌리려는 일이 있으니 잘 끌고가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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