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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례행사 : 퇴사 본문
그러고 보니. 연례행사처럼 퇴사를 하고 있다. 졸업한 그 다음 해부터. 한 해도 빠짐없이 퇴사를 했다. 올해는 한 번 했으니 더는 없어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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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출근을 아주 화려하게 장식했다. 맡고 있는 프로젝트 중 한 곳의 클라이언트는 그래도 갑질을 하지 않으려는 편이라 고맙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자꾸 다른 프로젝트 일이 넘치는 바람에 원하는 일정을 맞춰주지 못하게 돼 더 미안했고. 이번 호 인터뷰 일정을 전달하려고 전화를 해서 진행 상황을 말하니 하, 그렇겐 안 되겠는데요?로 시작해 제 감정을 토해냈다. 자신이 배짱부릴 수 있는데 안 부리지 않았느냐며, 싫은 소리 일부러 안 하지 않았느냐며, 이런 식이면 자기도 앞으로 통보하고 더 까다롭게 굴 수밖에 없다고, 그쪽도 일이 많고 이 일만 하는 게 아니지만 여기도 마찬가지라며, 자기가 많이 배려하지 않았느냐며. 물론 그 부분들에 대해 고마워하고 있긴 했지만 그렇게 인지하며 행동했다는 걸 알게 되니 짜증이 났다.
서로 대체재가 있는 걸 왜 모르지. 왜 베풀듯이 말하지. 팀장급들한텐 못 그랬을 거면서. 만만했겠지, 내가. 그렇다고 마감을 못 맞춘 것도 아니고. 조금 촉박하게 돌아갔을 뿐인데. 그리고 인터뷰이가 언제나 일등이다, 기관이 아니라. 그쪽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굳이 시간과 에너지를 내지 않아도 되는 걸 호의로 해 주는 건데. 물론 일부 홍보 효과는 있겠지만 보는 이가 한정돼 있는 기관 소식지에서 얼마 만큼의 홍보나 이미지 상승을 기대하겠느냔 말이다. 억울한 마음과 어쨌거나 맡은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무능력자가 된 것 같은 마음이 범벅돼 결국 끅끅 울었다. 선배들이 너무 다정해서 우는 와중에 그런 말 해주시면 저 더 우니까 그러지 마시라고 투덜댔다. 선배는 울고 싶을 땐 울어야지, 하면서 티슈를 뽑아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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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책과 인별이 먹통이었던 날 퍼뜩 정신이 들었다. 이것들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들을 하려고 이렇게까지 시간과 에너지를 쓰고 있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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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좋아하는데 왜 그만 살고 싶단 생각을 할 때가 있지? 하고 생각하다 깨달았다. 내가 좋아하는 나를 잃어버릴 것 같을 때마다 그만 살고 싶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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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뭐 해 먹고 살아야 할지 진짜 모르겠다. 매일을 어려워만 하다 삶이 끝날까 봐. 그게 너무 무섭고 지난하다. 너무 쫄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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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더는 이런 긴 통근은 못 하겠다. 생각만으로도 숨이 안 쉬어지고 눈물이 난다. 타인의 삶을 그만 생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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